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와 찰스 랭글 하원 세입위원장이 잇따라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또는 추가 협상 필요성을 언급함에 따라 한 · 미 FTA가 중대 기로를 맞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클린턴 후보자와 랭글 위원장의 잇따른 발언이 차기 오바마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으로 굳어지는 분위기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 취임을 앞두고 자동차 분야 등에서 재협상 또는 추가 협상론이 고개를 들자 적지 않게 당황하는 기색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미국 자동차업계의 위기가 갈수록 심화한 게 한 · 미 FTA 비준 국면에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협상은 필요하지 않다는 외교부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일각에서는 미국의 요구가 공식화할 경우 취할 대응책도 마련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는 않다. 정인교 인하대 교수는 "여야가 2월 국회에서는 반드시 비준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을 경우 계속 미국의 요구에 끌려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오바마 정권인수팀이 한국 측에 FTA 처리를 위해 재협상까지는 가지 않고 부속문서나 후속협정 등을 통해 해법을 찾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워싱턴의 정보지 '넬슨 리포트'가 15일 전했다. 이에 대해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및 주미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이 같은 내용을 전달받은 바가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벽에 부닥친 한 · 미 FTA와 달리 정부가 1분기 내 타결하겠다고 밝힌 한 · EU FTA 협상은 속도를 내고 있다. 19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열리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캐서린 애쉬튼 EU집행위 통상담당 집행위원 간 회담이 전체 협상 타결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양측은 이번 통상장관 회담에서 상품 양허(개방) 폭과 수준,자동차 기술표준,원산지,서비스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정치적인 합의'를 이룬 뒤 마지막 8차 협상에서 최종 타결한다는 구상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협상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자동차 관세 철폐 시기와 기술표준 문제에서 얼마나 양측이 이견을 좁힐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