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대출 부문 매각 타진…도매금융 집중

모건스탠리와 주식영업 합작사 설립 합의


전 세계에서 한번에 모든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 부문을 거느렸던 씨티그룹이 '금융 슈퍼마켓' 모델을 포기하고 기업 분할에 나설 전망이다.

뉴욕타임스는 14일 내부 소식통을 인용,위기에 몰린 씨티그룹이 기업 및 투자은행 부문과 소비자금융 부문 등으로 나누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수익성이 높은 글로벌 도매금융과 자문서비스 등에 집중하고 부실 원인이 된 소비자금융 등을 떼어내겠다는 전략의 하나로 풀이된다. 분할이 이뤄지면 씨티는 1998년 트래블러스그룹과 씨티코프 간 합병 이전의 씨티코프 업무에 주력하게 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샌퍼드 웨일 전 씨티 최고경영자(CEO)가 구축한 유니버설 뱅킹 비즈니스 모델은 자연스럽게 폐기되는 것이다. 웨일 전 CEO는 '금융계의 월마트'를 추구하며 개인이든 기업이든 씨티에서 모든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공격적인 인수 · 합병(M&A)을 통해 사업을 확장해왔다.

하지만 씨티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로 인한 자산 부실화로 작년 11월 두 번에 걸쳐 450억달러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뒤,감독당국으로부터 사업구조 효율화를 꾀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아왔다. 물론 경쟁사인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도 씨티와 비슷한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세계경영을 추구해온 씨티와 달리 미국 사업에 주력한 데다 타사업 부문 합병 후 통합관리가 씨티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이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블룸버그통신도 이날 씨티가 소비자 대출을 담당하는 씨티파이낸셜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전국에 2000개의 지점을 두고 있는 씨티파이낸셜은 주택담보대출,자동차론,카드 대환대출 등의 업무를 하고 있다. 월가에서는 경기침체로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진 씨티가 핵심 사업 외에는 지속적으로 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스미스자산운용의 윌리엄 스미스 대표는 "12개월 이후에는 씨티그룹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많이 나뉘어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크람 팬디트 CEO는 오는 22일 4분기 실적 공개와 함께 구체적인 사업 분할 계획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씨티와 모건스탠리 이사회는 이날 씨티 주식영업 부문과 모건스탠리 자산관리 부문을 합친 합병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모건스탠리 스미스바니'로 명명된 합작 증권사는 모건스탠리가 51%의 지분을 갖고 지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대신 모건스탠리는 씨티에 27억달러를 지급한다. 모건스탠리는 향후 5년간 합작사의 나머지 지분도 인수할 수 있는 옵션을 확보했다.

합병사는 지점 1000개와 2만명 이상의 금융자문가를 둔 세계 최대 증권사로 고객 자산만 1조7000억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씨티그룹 '금융계 월마트' 모델 포기
전문가들은 씨티가 이번 딜을 통해 현금을 확보한다고 해도 앞으로 발생할 손실을 보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외부에서 스스로 자본을 확충하지 못하면 씨티는 생존 차원에서 각 사업 부문을 떼내 매각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