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대륙에 초유의 가스 대란을 몰고 온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가스 분쟁이 13일 일단락되면서 가스 공급이 재개됐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모든 가스 밸브를 닫은 지 6일 만이다.

러시아 국영 에너지 회사 가즈프롬은 우크라이나 등지에서 국제감시단의 가스 감시 활동이 이뤄지면서 이날 오전 10시(모스크바 현지 시각)를 기해 가스 공급을 재개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거리와 가스압 상승 등 기술적 문제를 감안할 경우 최소 2~3일이 경과해야 유럽지역의 가스공급이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부터 우크라이나 국영 가스회사 나프토가즈와 협상을 벌인 가즈프롬은 지난해 11월 22일 가스 채무 이행과 새 가스 공급 계약에 동의하지 않으면 새해 1월1일을 기해 가스 공급 중단하겠다고 첫 경고장을 날렸다.

협상에 진척이 이뤄지지 않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24일 송년 TV인터뷰에서 가스 대금을 갚지 않으면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재차 경고했다.

상황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자 알렉세이 밀러 가즈프롬 회장은 12월30일 가스 공급 중단을 대비한 비상운영반을 구성했다고 발표하면서 가스 중단 사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후 우크라이나가 일부 채무 탕감을 주장했으나 가즈프롬은 이를 거부했고 2006년 1월에도 가스 중단의 악몽을 겪었던 유럽 국가들의 우려에도 불구, 12월31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최종 협상은 끝내 결렬됐다.

가즈프롬은 예고대로 새해 1월1일 10시를 기해 우크라이나 국내용 가스 공급을 중단하면서 유럽 국가들의 가스 공급에는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를 통해 전체 가스 수요량의 4분의 1을 공급받는 유럽연합(EU)은 2일 즉각적인 가스 정상화를 촉구했다.

하지만, 3일부터 폴란드, 헝가리 등 중동부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가스 부족 사태가 연쇄적으로 발생했다.

4일 가즈프롬은 EU에 가스 공급 감독을 요청하면서 이번 분쟁의 최대 이슈가 된 우크라이나의 `가스 절도' 의혹을 제기했다.

다음날 EU는 진상조사단을 파견하기로 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우크라이나가 유용한 양만큼 유럽행 가스 공급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가스 대란은 터키, 불가리아, 그리스, 마케도니아 등 발칸 국가는 물론 독일 등 유럽 전역으로 확대됐고 슬로바키아, 루마니아는 국가 비상사태 선포 지경까지 이르렀다.

6일 EU 순회의장국인 체코와 EU 집행위는 공동 성명을 통해 협상 재개와 공급 정상화를 촉구했다.

나프토가즈는 가즈프롬이 매일 9천200만㎥ 가량 공급을 줄이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가즈프롬은 우크라이나가 자국을 지나는 수출용 가스관 4개 중 3개를 차단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7일 가즈프롬은 우크라이나를 통해 유럽으로 가는 가스 공급을 전면 중단했다.

때마침 겨울 한파가 찾아온 발칸 반도와 중동부 유럽 국가들에서는 난방이 끊기면서 수십만 명이 추위에 떨었고 헝가리, 슬로바키아 등에서는 한국 기업체를 포함한 기업들의 휴업사태가 잇따랐다.

밀러 회장과 나프토가즈의 올레그 두비나 회장이 가스 중단 선포 후 7일 만인 7일 밤 모스크바에서 전격 대면했으나 별다른 성과는 없었고 그 사이 EU는 국제감시단 구성을 중재했으며 러시아는 국제감시단이 파견되면 가스 공급을 재개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분쟁의 돌파구가 생기는 듯했다.

8일 브뤼셀에서 양측 대표가 다시 만났지만, 감시단 구성을 놓고 밀고 당기는 신경전은 계속됐다.

우크라이나는 구두로는 의정서에 동의를 표시했으나 서명을 미뤘고 러시아는 공식 서명이 있기 전까지 우크라이나를 믿을 수 없다고 맞서면서 `공급 재개'라는 희소식은 쉽게 전해지지 않았다.

그리고 10일 모스크바를 방문한 체코 총리와 푸틴 총리가 의정서에 합의, 러시아가 먼저 서명했고 다음날 새벽 우크라이나가 서명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최초 서명한 의정서에 몇 가지 부록을 첨부한 것이 문제가 됐고 러시아는 의정서 재서명과 감시단 신속 배치를 촉구하며 공급 재개를 다시 미루면서 또 위기가 찾아왔다.

다행히 11일 밤 우크라이나가 의정서에 재서명하고 12일 오전 브뤼셀에서 러시아와 EU가 다시 마련한 의정서에 최종 서명했다.

이어 13일 오전 10시 가즈프롬이 우크라이나를 통한 유럽행 가스 공급을 시작하면서 지루한 가스 공방전은 막을 내렸다.

한편, 우크라이나 국내용 가스 공급 재개는 양측의 가스 가격 협상이 끝나지 않아 언제 이뤄질지 불투명한 상태다.

다음은 이번 가스분쟁 일지
▲2008년 11월22일 = 가즈프롬, 가스 공급 중단 첫 경고
▲12월31일 = 최종 협상 결결. 나프토가즈 2008년분 채무 더는 없다고 주장. 1월1일 10시 기해 공급 중단 통보
▲2009년 1월1일 = 가즈프롬, 우크라이나행 가스 공급 중단. 양측 모두 유럽 국가에 대한 안정적 가스 공급 약속
▲ 1월3일 = 중동부 유럽국가 가스 공급 현저히 감소
▲ 1월5일 = EU 집행위 키예프에 조사단 파견. 푸틴 총리 우크라이나 경유 러시아산 가스 공급 축소 지시
▲ 1월6일 = EU 집행위와 체코 정부 가스 공급 재개 촉구 공동 성명
▲ 1월7일 = 푸틴 총리, 유럽행 가스 공급 전면 중단 지시. 발칸 국가와 중동유럽 국가 학교 휴교 및 공장 임시 휴업 돌입 등 피해 확산. 가즈프롬-나프토 가즈 대표 협상 재개했으나 합의 실패
▲ 1월8일 = 브뤼셀에서 EU 중재하에 국제감시단 구성 문제 놓고 협상
▲ 1월9일 = 감시단 선발대 우크라이나 도착, 체코 총리 우크라이나 방문 의정서 채택 조율
▲ 1월10일 = 러시아, 의정서에 서명
▲ 1월11일 = 우크라이나, 러시아 EU 삼각 합의 의정서에 서명. 우크라이나 최초 의정서에 부록 첨가 사실이 드러나면서 러시아 재서명 요구. 우크라이나 부록 삭제하고 재서명
▲ 1월12일 = 브뤼셀에서 러시아, EU 새 의정서에 다시 서명. 13일 오전 10시 가스공급 재개 확약.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hyun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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