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인 경제 상황은 좋지 않지만 자금시장은 급속히 정상화되고 있습니다.작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에 따른 신용공황으로 리스크를 회피했던 투자자들이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가는 분위기가 뚜렷합니다.수치로도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요.3개월 짜리 런던은행간(리보) 금리와 하루 짜리 초단기 대출금리인 OIS 간 스프레드가 12일 현재 0.98% 포인트로 줄었습니다.이날 리보금리가 0.1% 포인트 떨어진 결과인데요.이 스프레드는 리먼 사태이후 3.64% 포인트까지 치솟았습니다.이 스프레드가 1.0% 포인트 이내로 줄기는 작년 9월 12일 이후 처음입니다.리보 금리는 전세계 360조 달러에 달하는 금융시장에서 금리 벤치 마크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리보 금리 하락은 자금 시장안정의 뚜렷한 신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3개월 간 재무부와 은행들이 돈을 빌릴 때 각각 부담해야 하는 금리차인 TED 스프레드도 이날 0.11% 포인트 떨어져 1.09%포인트를 기록했습니다.TED스트레드도 작년 9월 5일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자금 시장이 안정을 되찾아가는 이유는 각국 정부가 서브프라임 사태이후 은행권에 총 1조 달러의 신규 자본을 투입한데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공격적으로 자금을 풀고 있는 탓입니다.

문제는 소비자 금융입니다.은행 간 자금 흐름은 어느 정도 정상을 되찾아가고 있지만 소비자 금융은 여전히 위축된 상태인데요.카드론 오토론 등 소비자금융이 살아나야 미국 경제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이런 점을 감안해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기준 금리를 낮춘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비전통적인 수단까지 동원해 시장을 정상화시키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그결과 30년만기 모기지 금리는 5.01%로 1971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소비자금융시장이 정상화되면 경제회복에 상당한 기여를 하게 될 것입니다.

해외 진출 한국은행 차입여건도 점차 개선될 듯

뉴욕 진출 국내 은행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악의 상황은 지난 것 같습니다.현지 진출 한국 은행들은 작년 말까지만 해도 하루 짜리 혹은 일주리 짜리 급전을 빌려 만기 자금을 막아왔었습니다.3개월 이상 기간물을 빌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였습니다.하지만 최근 들어선 미국과의 스왑자금이 은행권에 유입되면서 우리나라 은행들간 달러 거래가 활발해져 해외 진출 지점이나 법인들도 자금 운용 부담을 덜게 됐습니다.하지만 아직 외국은행들로부터 달러를 빌릴 정도로 상황이 개선됐다고 보긴 어렵습니다.한국산업은행,수출입은행,중소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은 물론 국민은행 우리은행 등 주요 은행의 부도가능성을 보여주는 CDS(크레딧디폴트스왑) 스프레드가 3.0%포인트를 웃돌고 있습니다.아직은 현지 은행들이 국내 은행들에 돈을 빌려주기가 그만큼 위험하다고 보고 있다는 얘기인데요.개별 은행 CDS 스프레드가 떨어지려면 먼저 국가 부도 가능성이 좀 더 떨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월가에서는 한국의 CDS 스프레드를 2.70% 포인트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우리나라 정부가 발행한 5년 만기 국채에 대한 리스크 프리미엄이 미국 정부채에 비해 그만큼 높다는 것인데요.문제는 우리나라 리스크 위험이 태국(2.10% 포인트) 말레이시아(2.0% 포인트)보다 높게 형성돼있다는 점입니다.우리나라 수출비중이 높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금융권과 산업계가 좀더 강도높은 체질 개선을 추진해야만 대외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뉴욕 이익원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