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9일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완전한 퇴각 및 즉각적이고 지속적인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시간,중동 가자지구에선 연이은 포성이 울려퍼졌다. 이날도 이스라엘 전투기는 가자지구 외곽지역 주요 도시에 폭격을 가해 사망자 수는 770명을 넘어섰으며,이 중 3분의 1은 아이들이었다.

안보리의 결의안 채택으로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공격 중단에 대한 강한 압박을 받게 됐다. 하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이날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유엔의 결의안을 거부하고 전쟁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안보리는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5개 상임이사국과 일본 등 10개 비상임이사국으로 구성된다. 상임이사국들의 '거부권'(비토)이 인정돼 한 나라라도 거부하면 결의가 채택되지 않는다.

미국은 이번 결의안 표결에서 비토 대신 기권을 선택했다. 우방인 이스라엘의 입장과 국제사회의 비난 사이에서 고민하다 발을 뺀 셈이다.

미국이 불참한 표결에서 결의안은 14 대 0의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미국은 이집트가 먼저 휴전 중재노력을 펼치는 과정을 지켜보기 위해 기권했다"며 "표결엔 기권했지만 결의안의 내용과 목표는 지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공격이 즉각 중단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는 결의안 채택에 앞서 "팔레스타인 민병대의 로켓포 공격이 계속되는 한 작전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라며 배수진을 쳤다.

팔레스타인의 리아드 말키 외무장관은 "미국이 기권한 것은 유감스런 일"이라며,이로 인해 이스라엘이 결의안 내용의 즉각적 이행을 지연시키고 새로운 목표물을 향한 폭격을 계속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가자지구 해결의 분수령인 이스라엘 · 팔레스타인 · 하마스 간 '3각 협상'은 출발부터 삐걱대며 난항을 예고했다.

이집트와 프랑스 중재로 협상이 물꼬를 트는 듯했으나 하마스 측이 휴전안이 이스라엘에 유리하게 돼 있다며 카이로에 협상 대표단을 보내지도 않았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