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가 중재하는 가자지구 전쟁의 휴전 논의가 초반부터 삐걱거리고 있어 순탄치 않은 앞길을 예고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8일 아모스 길라드 국방부 외교군사정책국장과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의 핵심 참모인 샤롬 투르제만 등으로 구성된 실무 협상단을 카이로로 파견할 때까지만 해도 이집트 중재의 휴전 협상은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관측됐다.

이집트의 아흐메드 아불 가이트 외무장관도 아랍권 신문인 알-하이야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최대 48시간에서 72시간 내에 휴전을 이끌어 낼 계획"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쳐 이런 관측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가자지구 전쟁에서 수세에 처하면서 휴전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왔던 하마스 측이 이집트의 휴전안이 지나치게 이스라엘에 유리하게 돼 있다고 반발하며 논의 참여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여 휴전 협상이 첫날부터 파행을 겪었다.

하마스는 이날 성명에서 "휴전안은 팔레스타인의 저항을 제한하는 대신, 이스라엘의 점령활동을 도와주고, 이스라엘이 그간의 군사공격을 통해서도 얻지 못했던 그런 목표들을 이스라엘에 그대로 안겨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마스는 또 "우리는 가자지구에 국제연합군이나 국제감독관의 배치에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휴전안의 세부사항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이집트는 무기밀수를 방지하기 위해 가자지구와의 국경지대에 미국 등이 참여하는 국제연합군을 배치하고 이집트로 연결되는 라파 국경통과소를 유럽연합(EU) 등의 감독 아래에 두는 방안을 휴전 조건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휴전안에 불만은 품은 하마스는 애초 알려졌던 것과 달리, 아직 카이로에 협상 대표단을 보내지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마스의 정치국 부위원장인 무사 아부 마르주크는 "카이로에 대표단을 보내는 문제를 얘기하기는 너무 이르다"며 "곧 우리의 입장을 내놓겠다"고 AP 통신에 말했다.

이집트에 도착했던 이스라엘 실무협상단도 이날 이집트 관리들과 만나 휴전안의 세부사항들을 놓고 의견을 교환한 뒤 오후 늦게 본국으로 돌아갔다.

올메르트 총리는 이날 이스라엘군의 가자사단을 방문, 군사작전 현황을 보고받고 나서 전쟁 목표가 아직 모두 달성되지 않았다며 휴전 협상에 구애받지 않고 가자지구에 대한 공격을 계속해나갈 것임을 시사해 국제사회의 우려를 증폭시켰다.

올메르트 총리는 "어떻게 우리가 (이스라엘) 남부지역에 평온을 확실히 보장할 것이냐 하는 것에 관한 결정권은 여전히 우리 앞에 있다"며 "이스라엘군에는 이런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군사작전을 모두 다 이행하도록 아직 요구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도 이날 예비군 훈련소를 격려차 방문해 "가자지구 군사작전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하레츠는 전했다.

(카이로연합뉴스) 고웅석 특파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