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내각 경쟁 가능성..대혼란 야기할 수도"

`강한 백악관' 만들기에 나선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실험은 성공할까.

워싱턴포스트(WP) 인터넷판은 8일 오바마 당선인이 현재 새롭고 영향력 있는 핵심 보좌그룹을 만들고 있는 중이라면서 내각과 백악관의 영향력 있는 보좌진 간의 경쟁이 생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오바마 당선인의 `차르(Czar) 정치' 실험을 염두에 둔 지적이다.

차르는 중요 정책 이슈에 대해 전권(全權)을 위임받은 고위 공직자를 의미하는 용어다.

이미 오바마 당선인은 캐럴 브라우너 전 환경보호국장을 `에너지 차르'로, 아돌포 캐리언 뉴욕 브롱스 구청장을 도시주택 문제와 교육 문제를 담당할 차르에 각각 임명할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또 보건후생부 장관에 지명된 톰 대슐 전 상원의원은 `보건 차르'로 임명될 예정이다.

그는 장관으로는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웨스트 윙(백악관 비서동)에도 사무실을 두게 된다.

이들 외에 기술, 국토안전 및 정부 개혁 분야 전담 차르들도 신설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신문은 대통령들은 늘 백악관에 영향력을 집중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고, 이는 내각 각료들을 종종 좌절시켰다고 지적했다.

오바마의 `차르'를 통한 강한 백악관 만들기는 보건 개혁, 환경, 도시 문제 등 국내 관심사가 경제 위기나 국제 문제 때문에 무시당하거나 부처의 관료주의로 진창에 빠뜨리지 않겠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실험이 행정부 내에 대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 상공회의소 토머스 도너휴 회장은 "우리는 너무 많은 차르를 가지게 됐다"면서 "차르들과 감독자들, 차르들과 내각 각료들 간의 논쟁을 지켜보는 것은 매우 재미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오바마 당선인 측은 국내 문제를 효율적으로 다루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국제 문제를 다루기 위해 외교에서 국방문제까지를 총괄하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두듯이 국내 문제를 다루기 위해 비슷한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바마 당선인 측 스테파니 커터 대변인은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직면한 거대한 도전들을 감안할 때 대통령에게 매일 보고하고 정책을 조정하고 정책의 중요성을 부여할 사람들이 백악관에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닉슨 정부 당시 대통령 특별부보좌관을 지낸 브루스 허천슨 페퍼다인대 교수는 "관료주의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층을 쌓는 것"이라고 비판했고, 메릴랜드대 I.M. 데슬러 교수는 "분열과 혼란을 이끌 수 있다"면서 "그(오바마)는 팀을 운영할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지나치게 믿는 것 같다.

얼마나 그가 직접 그런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콜비칼리지의 G. 캘빈 맥켄지 교수는 "백악관이 세세한 것까지 관여하게 되면서 장관들의 중요성을 축소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재훈 기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