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로 소유 기업이 자금난에 빠졌던 독일 5위, 세계 94위의 거부(巨富) 아돌프 메클레(74)가 열차에 몸을 던져 자살했다.

독일 남서부 울름 검찰은 6일 성명을 통해 메클레가 전날밤 인근 블라우보이렌의 철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면서 타살의 징후는 없었다고 발표했다.

전날 메클레가 귀가하지 않아 실종신고를 냈던 가족들도 성명을 통해 그가 자살했다고 밝혔다.

가족들은 "아돌프 메클레가 가족과 회사를 위해 살았다"면서 "금융위기와 이에 따른 지난 수주간의 불확실성으로 촉발된 회사의 위기, 그리고 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절망감이 열정적인 가족 기업가를 궁지로 몰았고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수사 관계자는 메클레가 유서를 남겼다고 전했으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포브스의 집계를 기준으로 92억 달러(한화 약 13조2천억원)의 재산을 보유했던 메클레는 지난해 폴크스바겐 주식의 옵션 매매에 따른 막대한 손실과 가족이 소유한 회사의 채무 문제로 유동성 위기에 빠져 연방정부, 주정부, 은행 등에 구제를 호소했으나 뾰족한 답변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회사 라치오팜, 시멘트회사 하이델베르크시멘트 등 여러 분야의 회사를 거느린 메클레의 가족 지주회사 VEM과 메클레의 아들인 루트비히 메클레는 최근까지도 40여개 은행들과 신용 확대 문제를 협의했었다.

10만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이 회사는 필요 자금의 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으나 독일 언론들은 VEM의 채무액이 약 160억 유로(한화 약 28조원)라고 보도했다.

언론에 따르면 앞서 메클레 가(家)는 연방정부에도 지원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으며 메클레와 면담했던 에른스트 피스터 바덴-뷔르템베르크주 경제장관도 "은행과 기업이 해결책을 찾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해 사실상 지원을 거부했다.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화학제품 판매회사를 독일 최대의 의약품 판매회사중 하나인 피닉스 파르마한델로 발전시켜 57%의 지분을 보유하는 등 사업가로서 자질을 발휘했던 메르켈은 이후 하이델베르크시멘트를 인수하는 등 4륜오토바이, 섬유,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했었다.

바덴-뷔르템베르크의 귄터 외팅거 주총리는 "유럽 재계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둔 위대한 기업가를 잃게 됐다"며 애도를 표했다.

엄청난 부와 명성에도 불구하고 공식석상에 나서는 것을 꺼렸던 그는 2005년 독일 최고의 훈장인 연방공로십자훈장을 받았다.

먼저 세상을 떠난 부인 루트와 사이에 4자녀가 있다.

(베를린연합뉴스) 김경석 특파원 k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