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료 인준청문회 자질·의혹검증 주목
`오바마 후임 상원의원' 민주당 결속 시험대

미국의 제111회 의회가 6일 개원한다.

이번 의회는 지난해 11월 총선을 통해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하고, 버락 오바마 후보의 대선승리로 행정권력까지 거머쥐게 되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정치지형 속에서 임기를 시작한다.

개원 초 별다른 과제가 없었던 종전과는 달리 이번 의회는 시작부터 해야 할 일이 쌓여 있다.

그 가운데서도 의회에 떨어진 시급한 숙제는 경기부양 관련 법안처리와 예비각료에 대한 인준청문회다.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민주당은 오바마 당선인의 취임일 보다 2주일 먼저 문을 여는 이번 의회에서 이들 과제를 새 정부 출범 전 말끔히 해결해 놓겠다는 입장이다.

◇경기부양책 관련 법안처리 = 민주당이 엄청난 공을 들이고 있는 사안이다.

오바마 당선인이 취임후 서명할 `제1호 법안'으로 경기부양관련 법안을 지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당선인은 이미 지난 주말 라디오 연설을 통해 향후 2년내에 300만개의 일자리창출을 목표로 한 `미국 회복과 재투자 계획'법안을 신속히 통과시켜 줄 것을 의회지도자들에게 호소했다.

오바마 당선인은 경제활성화 법안이야말로 새 정부 초기의 정치명운을 가늠하는 중요한 입법과제라는 인식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오바마 당선인은 워싱턴 입성 다음날인 5일 경기부양법안과 관련한 대의회 설득차원을 위해 공화당 및 민주당 의회 수뇌부들과 만날 예정이다.

회동에는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와 공화당의 미치 맥코넬 상원 원내대표, 존 베이너 하원 원내대표 등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약 8천억달러 규모로 알려진 경기부양법안과 관련, 12일 하원 표결을 거쳐 오바마 당선인의 취임일인 20일 전에 상원의 심의.의결을 마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 의회지도부는 "이런 중요한 법안을 서둘러 처리할 필요가 있느냐"며 민주당의 계획에 제동을 걸며 `우보(牛步)전략'을 취할 태세여서 의회 개원 초반부터 민주, 공화 양측의 팽팽한 기싸움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공화당은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주기 보다는 청문회를 개최해 경기부양책의 효용성과 재정에 미치는 부담 등을 따져본다는 입장이다.

◇험로 예상되는 예비 각료 청문회 = 오바마 당선인이 지명한 예비각료들에 대한 청문회가 새해 벽두부터 줄을 잇는다.

오바마 당선인이 지난달 각료들을 내정할 당시 워싱턴 조야에서 회의적인 반응이 많았다는 점에서 이번 각료 청문회는 일종의 `통과의례'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공화당이 의회.행정권력을 장악한 민주당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인준청문회를 정치공세의 장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당장 상무장관에 내정된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가 특정업체와의 유착 의혹에 관한 조사로 인준절차가 지연될 것이라는 이유로 들어 상무장관직을 맡지 않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히스패닉계 정치인의 대부격인 리처드슨 내정자 돌연사퇴는 로비스트들에 의해 좌우되는 `워싱턴 구태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공언해온 오바마 당선인의 도덕성에 상당한 타격을 안겨주면서 인준청문회 전반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또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내정자도 개발업자의 이권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준 대가로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재단을 통해 거액의 기부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일부 언론에 의해 제기돼 청문과정의 험로를 예고했다.

힐러리에 대한 청문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청문회가 열리게 된다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과 관련해 힐러리의 지나친 친(親) 이스라엘 성향도 논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차기 정부의 지상과제인 경제위기 극복의 조속한 작업을 위해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내정자의 인준청문회도 서두른다는 입장이다.

아직까지 상원 상임위의 청문일정이 모두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일부 상임위는 이미 청문일정을 잡고 준비에 들어간 상태다.

우선 8일에는 오바마의 정치적 스승인 톰 대슐 보건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가 예정돼 있다.

이 자리에서는 로비회사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는 대슐의 대의회 로비활동 의혹이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이어 9일에는 힐다 솔리스 노동장관 후보자, 오바마 당선인의 `농구 파트너'로 잘 알려진 아니 덩컨 교육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준청문회가 각각 열린다.

오는 13일에는 중국계 스티브 추 에너지장관 내정자, 15일에는 첫 흑인 법무수장에 지명된 에릭 홀더 법무장관 내정자에 대한 청문회가 실시될 예정이다.

◇오바마 상원후임 논란 주목 = 오바마 당선인의 퇴임으로 공석이 된 일리노이주 연방 상원의원 후임지명을 둘러싼 논란은 곧 개원하는 상원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매관매직 파문의 장본인 라드 블라고예비치 일리노이 주지사가 오바마 당선인과 민주당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흑인인 롤랜드 버리스(71) 전 일리노이주 법무장관을 후임 상원의원으로 지명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버리스가 6일 상원 개원에 맞춰 등원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그를 반대하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민주당은 상.하원을 장악해 막강 파워를 갖고 있지만, 자칫 이 문제로 인해 분열상을 드러내게 될 지 우려되고 있다.

버리스가 오바마의 뒤를 이어 유일한 흑인출신 상원의원이 된다는 사실때문에 민주당 내부에서 버리스를 상원의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비집고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버리스 불가론'을 주장하는 민주당 지도부와 `관용론'을 촉구하는 일부 민주당 의원들간에 의견충돌이 빚어질 경우, 초장부터 여당의 대오가 흐트러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ks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