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격 거세 장기전 가능성…유엔 휴전 중재 실패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공습을 시작한 지 8일 만인 3일(현지시간) 지상군을 투입하면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은 전면전에 돌입했다. 이스라엘군은 4일 하마스의 로켓탄 발사지역 대부분을 장악했다고 밝혔다. 전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긴급회의를 개최했으나 즉각적인 휴전을 요구하는 성명채택엔 실패했다.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집회와 시위가 잇따르고 있고,이슬람권 국가들의 분노가 극에 달해 새해 벽두부터 세계의 화약고 '중동지역'이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곳곳서 교전,사상자 속출

이스라엘 지상군은 3일 밤 야간을 이용해 공격용 헬기의 엄호 아래 기갑부대를 앞세워 가자지구 접경선을 통과,네 갈래로 진격하기 시작했다. 4일엔 5~8㎞에 불과한 가자지구의 측면을 관통해 들어가 이 지역을 둘로 나눠놓고 하마스 세력을 양쪽 방향에서 압박하는 한편 가자지구의 중심도시인 '가자시티'를 포위하고 시가전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상자도 속출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4일 지상공격 시작 이후 수십명의 하마스 조직원을 제거했다고 발표했다. 팔레스타인 의료진은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23명이 사망했으며 이 중 20명이 민간인이라고 밝혔다. 유엔에 따르면 지상전 시작 전까지 팔레스타인인 453명이 사망했으며,이 중 최소 4분의 1이 민간인으로 추정된다. 부상자도 2050명에 달한다. 앞으로 지상전이 전개되면서 사상자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군은 공격 목표가 테러집단 '하마스'라고 분명히 밝혔다. 이스라엘군 대변인 아비탈 레이보피츠는 지상군 투입 직후 "이스라엘군의 목표는 가자지구 내 하마스의 테러 기반시설을 파괴하는 것"이라며 "'상당수'의 병력이 투입됐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지상전에 대비해 가자지구 접경선에 탱크와 포병대,특수부대 등 1만여명의 병력을 집결시켰다.

이스라엘군은 장기전에도 대비하고 있다. 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은 이날 "이번 작전은 짧지도 쉽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 대변인 이스마일 라드완은 지상전 개시 직후 "가자지구가 이스라엘 병사들의 무덤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하마스가 몇몇 공격 거점을 중심으로 치열한 게릴라전을 펼치고 이스라엘군을 인질로 잡을 경우 레바논에서 헤즈볼라의 공격으로 이스라엘군이 물러났던 2006년처럼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제사회는 의견 대립

국제사회의 휴전 중재 노력이 계속되고 있으나 각국 간 의견은 나뉘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이날 긴급회의를 열었으나 이스라엘 측을 지원하는 미국 측 반대로 성명 도출에 실패했다. 미국은 안보리 내 유일한 아랍국인 비상임 이사국 리비아가 즉각적인 정전을 요구하는 성명 초안에 대해 하마스의 로켓공격 중단을 요구하는 언급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성명 채택을 거부했다.

중재에 나선 프랑스는 외교부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군사행동을 비난하면서 휴전안을 즉각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5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휴전을 중재하기 위해 중동 순방길에 오르고,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유엔본부에서 아랍국가 외무장관들과 회동해 이스라엘에 공격 중단을 요구하는 안보리 결의안 채택을 촉구할 예정이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