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美대사 백범기념관 첫 방문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대사가 3일 오후 백범 김 구 선생의 유업을 계승하고 추모사업을 펼치는 효창동 백범기념관을 찾았다.

스티븐 보스워스 전 대사가 2002년과 2006년 두 차례 백범기념관을 찾은 적은 있지만, 현직 주한 미대사가 방문한 것은 2002년 기념관 개관 이래 처음이다.

스티븐스 대사는 2007년 하버드대가 개최한 `김구포럼'에 참석해 한미관계를 주제로 강연을 하는 등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김구 선생의 역할에 관심을 가져왔으며, 이날 방문도 기념관을 직접 찾고 싶다는 그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생 아들 제임스와 함께 기념관을 찾은 그는 김구 선생의 아들인 김 신 관장에게 한국말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초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그는 "나는 여기에 배울 것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것이 내가 방문한 이유"라며 "거의 2년을 기다려 왔고, 오늘 이뤄져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김구포럼' 당시 김구 선생의 가족으로부터 받은 백범일지 영문본을 직접 들고 나와 "잘 읽어봤다"며 특히 `나의 소원(My Wish)' 부분을 거론했다.

김 관장도 백범일지 영문본과 함께 백범일지를 일일이 사진으로 촬영해 책자로 만든 영인본을 스티븐스 대사에게 선물했다.

또 김구 선생이 서거한 해인 1949년 1월1일 쓴 '한미친선 평등호조(韓美親善 平等互助)'라는 친필 휘호 사본을 액자로 만들어 전달했다.

이 휘호는 김구 선생이 당시 지인이자 주한 미 대사관 문정관이던 고(故) 그레고리 헨더슨에게 써준 것으로, 헨더슨의 부인이 2002년 백범기념관에 기증한 것이다.

스티븐스 대사의 이날 방문은 최근 일각에서 임시정부의 정통성 논란이 한창인 가운데 이뤄져 관심을 끌었으나, 그는 이와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한국 역사에는 항상 많은 논쟁과 토론이 있었지만 최근의 일을 잘 모른다"며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한국 역사를 배우는 것은 매일 해야할 과제이지만 나는 아직 깊은 지식이 없다"며 "하지만 백범일지를 매우 즐겨 읽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2년전 `김구포럼'에서의 토론을 즐겼고, 그 경험은 한국 역사에서 매우 중요하고 도전적인 시대를 배우는데 많은 통찰력을 가져다 주었다"고도 했다.

스티븐스 대사와 김 관장은 기념관 내 대형 태극기를 배경으로 한 김구 선생 동상 앞에서 기념촬영을 했다.

스티븐스 대사는 김 관장의 안내로 1시간30여분간 기념관 전시실을 둘러봤으며, 각종 자료에 대해 질문을 쏟아내는 등 각별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구 선생은 임시정부 주석 시절 미국과 중국정부의 승인을 얻고자 외교활동을 펼쳤으며 특히 미국과는 OSS부대(현 CIA)의 총책임자인 도노번 장군과 대일(對日) 군사공동작전을 협의하는 등 한미관계 강화에 힘썼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헌 기자 honeyb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