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 격주간지, 작년 9월 연설문 뒤늦게 공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당과 정부 관료들에게 단단히 화가 났다.

중국 공산당이 격주로 발간하는 이론지 구시(求是) 신년호는 2일 후 주석이 지난해 9월19일 지방정부 관료들 앞에서 한 연설문을 공개했다.

후 주석은 당시 연설에서 지방정부 관료들이 환경을 훼손하며 단기 경제성장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질책했다.

중국 지도부가 지방 관료들을 질타하는 후 주석의 연설문을 뒤늦게 공개한 이유는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지금까지 중국 경제성장의 기관차 역할을 맡았던 광둥(廣東)성 등 일부 지역 성장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것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황화화(黃華華) 광둥성 성장은 지난달 30일 광둥성 인민정치협상회의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연설을 통해 광둥성 경제가 수출환급금 감액이나 중소 수출업체 억제 등 수출 제조업체들에 대한 중앙정부의 규제정책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렸다.

황 성장은 "지금의 국가정책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불편하지만 만약 말을 하지 않으면 광둥성 인민들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털어놓고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도 나의 지적을 따뜻하게 받아들이면서 수출정책을 조정하겠다고 답변했다"고 전했다.

황 성장은 지난해 7월 베이징에서 열린 성장들 회의에서도 "가공무역 업체들을 구조조정하는 것이 장기적 발전에 좋은 것은 알지만 최소한 앞으로 3년에서 5년 정도는 더 필요하다"면서 "가공무역 업체 구조조정을 너무 서둘러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연설문에 따르면 후 주석은 "일부 지방 관료들이 눈에 보이는 실적에만 신경쓰고 잠재적인 성과를 무시하며 단기 결과만 바라보고 장기 발전에는 관심이 없다"고 비난하고 "이러한 단기 실적을 이룩하기 위해 일부 관료들은 업적을 위조까지 했다"고 꾸짖었다.

그는 "관료들에게는 성장을 위한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으며 자연자원이나 환경을 훼손하면서까지 단기성장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이는 지속가능한 것이 아니며 저효율과 저질 발전, 산업 안전사고만 초래하고 경제의 구조적 모순을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단기간에 빠른 경제성장을 추구하면서 환경이 심하게 훼손되고 빈부격차가 확산되는가 하면 각종 안전사고나 관료들의 부정부패가 급증하고 있다.

따라서 후 주석은 성장 일변도 정책을 추진해온 전임과는 달리 '과학적 발전관'과 '조화사회 이론'을 추진하고 있다.

후 주석은 "일부 관료들은 '과학적 발전관'의 중심 개념을 이해하지도 못하고 실천도 못하고 있다"면서 "또 일부 지방 정부들은 도시와 농촌, 그리고 지역별 빈부격차를 해소하고 그들 사이에서 조화스러운 발전을 추진하기 위해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연합뉴스) 권영석 특파원 ysk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