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미국 대선에서 패한 공화당은 다음 주 워싱턴에서 각 주의 당 지도자들이 모여 새로운 당 전략을 모색하기 시작한다.

이번 모임의 토론 주제가 구체적으로 설정되지는 않았지만 인종문제가 중점 주제가 될 것이라고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 인터넷판이 31일 전망했다.

신문은 공화당이 갈수록 다문화 사회가 되고 있는 미국에서 `남부 백인 보수주의자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아직 벗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마이크 덩컨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의장의 대변인 크리스 테일러는 이 신문과 인터뷰에서 "공화당은 스스로 백인과 남자 일색의 정당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2008년 선거 결과는 우리에게 선거에서 승리하라면 당의 기반을 더욱 확대해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줬다"고 말했다.

공화당 내에서는 당의 기반을 확대하는 방법을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각 주의 당 지도자들은 다음 주 RNC 워싱턴 지부에서 열리는 회의에서 인종 문제를 논의하면서 최근 물의를 빚은 `오바마 비하 CD' 문제도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RNC 의장 후보로 나선 칩 솔츠먼은 성탄 선물로 전국위 위원들에게 `버락 더 매직 니그로(Barack the Magic Negro)'라는 노래가 담긴 CD를 돌려 공화당과 흑인의 불편한 관계를 다시 한번 일깨웠다.

신문에 따르면 현재 미 의회에는 공화당 소속 흑인의원이 없었을 뿐더러 공화당 전국위원회 위원 중 흑인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아울러 지난 11월 선거에서 흑인 유권자의 4% 미만이 공화당에 표를 던졌을 정도로 공화당은 흑인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

인종 문제는 항상 공화당에서 중요한 이슈가 돼 왔다.

공화당은 1850년대 노예제 반대라는 기치를 내걸고 창당됐다.

그러나 1960년대 말부터 공화당은 백인 유권자들을 공략하기 위해 이른바 `남부 전략'을 추구했고 때때로 선거 승리를 위해 인종 간 갈등을 이용하기도 했다.

그런 과정에서 자연히 흑인들은 민주당으로 옮겨간 것이다.

차츰 공화당 내에서 미국 사회가 변하고 있고 당의 변화도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했다.

2004년 켄 멜먼 공화당 전국위원회 의장은 흑인의 표심을 잡기 위한 당 차원의 노력을 시작했고 `남부 전략'에 대해 사과했다.

여론조사전문가인 존 조그비는 "민주당이 당연히 흑인의 표심을 잡는다고 보는 사람이 있다"면서 하지만 동성결혼과 낙태 문제 등에서 민주당과 생각을 달리하는 흑인들이 점차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최재석 특파원 bond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