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주민들이 한 해의 마지막 날인 31일까지 계속된 이스라엘의 맹폭으로부터 몸을 숨길 곳을 찾지 못해 극심한 공포에 떨고 있다.

이스라엘이 지난 27일부터 닷새째 공중과 해상 폭격을 가하고 있는 가자지구는 365㎢ 면적의 비좁은 땅에 150만 명이 모여 사는 세계 최대의 인구밀집 지역이다.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이스라엘의 닷새간 공습으로 400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하고 1천900명이 넘게 부상자가 속출하자 공황 상태에 빠졌다.

이스라엘의 공습 목표물은 경찰본부 등 하마스의 보안시설물에서 모스크, 대학 건물로 확대되더니 이제는 하마스의 지도자나 야전 지휘관들의 집도 타격 대상에 올랐다.

주민들은 종교와 대학 시설까지 이스라엘의 공격 대상이 되자 공공건물 근처를 지나기조차 두려워하고 있으며, 거주하는 집 주변에 이스라엘의 목표물이 될 만한 시설이 있는지, 이웃에 하마스 간부가 사는지 살펴봐야 할 지경으로 내몰렸다.

이스라엘은 라디오방송을 통해 집에 무기가 숨겨져 있거나 무장대원이 은신해 있으면 공습을 당할 수 있으니 집 밖으로 나가라고 경고하고 있지만, 이웃집에서 무엇을 숨겨놓았는지 알 도리가 없는 주민들은 불안감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투하한 폭탄이 목표물에 명중했다고 하더라도 집과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가자지구의 현실상 그 피해는 주변 주택으로 번질 수밖에 없다.

가자지구 상공에는 표적을 쫓는 이스라엘의 소형 무인정찰기가 쉴 새 없이 날아다녀 주민들의 공포심을 더욱 자극했다.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몸에 지닌 채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는 여대생 라샤 칼데흐는 무인정찰기가 접근하는 소리를 늘 확인하기 위해 휴대전화 소리크기도 낮춰놓았다고 일간 예루살렘 포스트가 전했다.

이집트와의 국경 마을인 라파에 사는 아니스 만수르(22)는 집 밖에 나가기 전에 항상 기도를 하고 있고, 공습으로 부상자가 넘쳐나는 병원에서 일하고 있어 자신의 가족을 돌볼 수 없는 오마르 아자이제(34)는 폭음에 유리창이 깨져 어린 3자녀가 다치는 상황을 막으려고 아파트 창문을 항상 열어놓게 해놓았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유엔 직원인 아부 자이드는 가자지구에서 유엔이 운영하는 학교를 피난처로 바꿔 주민들에게 제공할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은 이스라엘이 모스크 등 모든 곳을 폭격하는 마당에 유엔의 시설물이라고 해서 안전한 장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자이드는 전했다.

(카이로연합뉴스) 고웅석 특파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