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에 사는 버락 오바마(26)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아버지 이름을 따서 이름을 지었다.

오바마 당선인의 먼 사촌인 그는 아프리카에 뿌리를 둔 사람이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자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처럼 미국에서 이뤄진 오바마의 성공이야기는 한때 아프리카의 무수한 사람에게 희망을 줬다.

하지만 그같은 도취감이 차츰 사라지면서 젊은 아프리카인들은 오바마의 성공이 말같이 쉬운 것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가 31일 전했다.

아프리카에서는 여전히 돈과 개인적 연고가 노력보다 출세하는 데 더 도움이 되고 뇌물이 항상 능력을 제압한다.

따라서 오바마의 길을 걷겠다고 다짐했던 젊은 아프리카인들은 실망과 좌절을 겪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케냐의 젊은 사회운동가인 요샤 느야모리는 "희망이 배신감으로 변할 수 있다"면서 "오바마의 성공담은 케냐에서는 가능하지 않다.

그가 케냐에서 출마했으면 실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케냐의 오바마는 이번 달 대학 졸업시험을 마치고 전기엔지니어 일자리를 찾으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하지만 케냐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구한 사람이 절반도 안된다.

오바마는 "대학 졸업장이 있지만 직장이 없다"고 한탄했다.

케냐 서부 시골지역에 있는 `오바마 중등학교'의 우등생인 릴리안 보이(16)는 의대에 진학하는 꿈을 가지고 하루에서 12시간씩 공부를 하고 있다.

하지만 교과서가 부족해 친구와 나눠봐야 하고 학교에는 컴퓨터도 실험실도 없다.

이 학교 졸업반 40명 가운데 평균 2명 정도만이 대학에 진학한다.

케냐에서는 무상 기초교육을 시행하고 있지만 고등학교에 다니기가 어렵고 고교 졸업생의 5% 미만이 대학에 입학하고 있다.

릴리안이 설령 대학에 입학하더라도 농사를 짓는 부모가 그녀의 대학등록금을 감당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지난해 케냐에서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 후 젊은층의 좌절감은 더 심해졌다.

대선을 즈음한 종족 간 유혈충돌로 1천 명 이상이 숨졌고 곳곳에서 폭동이 일어났다.

그 후 오바마의 미국 대통령 당선은 케냐의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심어줬다.

그러나 학생운동가인 오티에노 알프레드 오그웨노는 "어른들은 `너희도 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들도 꿈을 이루지 못했다"면서 "꿈을 갖는 것과 꿈을 이루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최재석 특파원 bond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