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회해산-조기총선 요구…정국혼란 재연 우려

탁신 치나왓 전 태국 총리 지지자 수천명이 29일(이하 현지시간) 의사당을 봉쇄해 총리의 첫 국정연설과 신정부의 정책설명회 등 의사일정에 차질이 빚어졌다.

친(親)탁신 단체인 '독재저항 민주주의 연합전선'(UDD)이 이끄는 시위대 2만여명은 전날 방콕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사남 루엉 광장에서 대규모 반정부 집회와 농성을 벌였으며 이중 9천여명은 의사당으로 몰려가 차량과 바리케이드로 길목을 차단했다.

이 단체는 아피시트 웨차치와 총리의 새 내각과 상·하 양원이 모두 참여한 가운데 29~30일 의사당에서 열릴 정책설명회를 무산시킬 방침이다.

UDD지도자들은 의사당으로 통하는 모든 문을 봉쇄했으나 정책설명회에 참석하려는 의원과 각료들은 시위대들이 터준 폭 2m의 길을 따라 걸어서 의사당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경찰은 폭력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의원과 각료들의 의사당 진입을 만류했다.

차이 칫촙 하원의장은 아피시트 총리의 첫 국정연설을 오전 9시30분에서 오후 2시로 연기했으나 의사당 봉쇄가 풀리지 않아 이날 국정연설은 무산될 처지다.

수텝 타욱수반 민주당 사무총장 겸 부총리는 UDD가 이끄는 시위대가 의사당 봉쇄를 풀지 않으면 국정연설을 1~2일 연기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암누아이 니마노 경찰청장은 정부 방침에 따라 시위대를 강제로 진압하지 않겠지만 폭력사태로 치달을 경우 경찰력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UDD 지도자들은 민주당 중심의 5개 정당으로 구성된 현 연립정부는 군부의 음모와 사법부의 술책, 반(反)탁신 단체인 '국민민주주의연대'(PAD)의 불법 시위가 어우러져 탄생한 불법정부라며 의회해산과 조기총선이 이루어질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전의를 다지고 있다.

친탁신 단체인 UDD는 국왕과 왕실에 대한 충성의 뜻으로 노란 옷을 입는 PAD와 구별해 빨간 옷을 입고 거리 시위에 나서 UDD는 '레드 셔츠'로, PAD는 '옐로우 셔츠'로 불리고 있다.

특히 PAD는 탁신계 정권 실각 이후에도 해체하지 않고 UDD의 준동을 막겠다고 공언하고 있어 자칫 민-민 충돌마저 우려되고 있다.

정치분석가들과 현지언론은 UDD의 이번 시위와 함께 향후 2~3개월간의 국정운영이 아피시트 총리 정부의 명운을 가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의회는 지난 15일 임시회를 열고 아피시트 민주당 총재를 제27대 총리로 선출했으며 그는 4개 소 정당과 연합해 연립정부 내각을 구성했다.

(방콕연합뉴스) 전성옥 특파원 sung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