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임덕 부시가 막강 펠로시 이겨"

최근 악화일로를 걷는 미국의 경제상황을 감안하면 오바마 인수팀과 부시 행정부가 어떻게 정권이양 작업을 진행하느냐가 경제와 금융시장을 안정시킬 핵심 요인이 될 수 있다.

오바마와 부시는 모두 허버트 후버와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 간의 정권교체 작업을 둘러싼 갈등 때문에 당시 어렵던 경제가 더욱 휘청거렸던 점을 의식해 겉으로는 상호 긴밀한 협조를 다짐하고 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두 진영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표적인 사례는 구제금융 자금사용을 위한 양측의 태도에서 나타난다.

헨리 폴슨 재무장관을 비롯한 부시 행정부의 재무부 관리들은 7천억달러의 구제금융 자금 재원 중 남아있는 3천500억달러를 사용할 수 있도록 의회의 승인을 받도록 오바마 인수팀이 협력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 인수팀은 재무부가 이번 주 의회에서 초당적 회의를 열어 의원들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자금사용의 불가피성을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신들은 회의에 참석하긴 하겠지만 회의를 주도하거나 자금사용 승인을 위해 로비를 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인수팀은 남아있는 구제금융 자금 사용보다는 오바마 당선인이 취임 직후부터 추진할 대규모 경기부양책인 '신 뉴딜정책'의 재원을 마련하는데 더욱 치중할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재무부는 인수팀이 협력을 거부하는 근시안적 태도를 보인다고 비난하고 인수팀은 부시 행정부가 과거 실책에 대한 면죄부만 얻으려는데 급급하다고 손가락질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일 인수팀과 재무부 관리들이 주택압류사태 방지 방안에 대해 전화회의를 통해 논의했을 때도 비슷한 상황이 재연됐다.

재무부 직원들이 현재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논의하고 있는 3가지 방안들을 인수팀 관계자들에게 설명하고 이들의 의견을 구했으나, 인수팀 관계자들은 이에 반대하면서 어떤 방안을 승인하지도, 대안을 제시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한편, 신문은 미 의회와 행정부가 자동차 3사(빅3)에 대한 구제금융 자금으로 친환경 자동차 개발과 연비개선을 위한 기금을 사용하기로 한 것은 레임덕을 겪는 부시 대통령이 '잘나가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특이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펠로시 의장은 그동안 자동차 업계 지원자금으로 구제금융자금 7천억달러 중 남은 자금을 사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었다.

하지만, 신문은 펠로시 의장이 지난주 이에 대한 해리 레이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의 부정적인 입장 표명과 11월 실업률 급등 소식이 전해지자 사안의 긴박성을 감안해 조슈아 볼턴 백악관 비서실장과의 통화 후 기존 입장을 철회했다면서 권력이 약해진 대통령이 임기 말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