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28일 저녁 병석에 있는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대통령을 예방하는 것을 끝으로 남미 4개국 순방의 공식일정을 마무리 짓고 귀국길에 올랐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대변인 나탈리아 티마코바(여)는 "그들은 확대일로에 있는 양국협력의 다양한 측면과 국제정치 문제들을 논의 했다"고 밝히고 "면담은 한 시간 이상 계속됐다"고 말했다.

양측은 양국 지도자의 면담과 관련하여 더 이상 자세한 언급을 회피했으며 사진도 배포하지 않았다.

쿠바측은 지난 19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총서기 겸 국가주석과 카스트로가 회담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러시아 대통령이 과거 냉전 시대의 맹방이었던 쿠바를 방문한 것은 8년 만의 일이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아바나에서 동쪽으로 150km 쯤 떨어져 있는 유명휴양지 바라데로의 공항에서 호세 라몬 마차도 부통령의 환송을 받으며 출국하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모든 일정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흐뭇한 기분으로 떠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부채문제 등 모든 문제를 깨끗이 정리하고 앞으로 무슨 일을 할 것인가를 합의했다.

라울 카스트로 대통령이 모스크바를 방문하게 되면 새로운 협력조약을 체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쿠바 관영 프렌사 라티나가 보도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에 앞서 28일 오전 라울 카스트로 대통령과 함께 지난 1960년대 쿠바에 근무하면서 사망한 당시 소련 병사들을 추념하는 기념물에 헌화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방문을 마치고 27일 아바나에 도착하여 곧바로 아바나 시내에 있는 혁명궁에서 라울 대통령과 단독회담을 갖고 이어 양국 관계자들이 배석한 가운데 공식회담을 가졌다.

양국은 원유생산, 니켈, 통신, 생명공학, 관광 등의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나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이번 방문 기간에는 새로운 협약을 체결하지는 않았다.

러시아와 쿠바 양국 관계는 구 소련이 붕괴한 후 한때 소원해졌으나 지난 2000년 블라디르 푸틴 당시 대통령의 쿠바 방문을 고비로 관계가 복원됐다.

그후 푸틴 대통령이 아바나 남부에 있는 러시아 첩보기지를 철수하겠다고 밝히면서 서먹서먹한 관계로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지난 2007년부터 러시아가 남미에 관심을 보이면서 관계는 크게 개선됐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남미 4개국 순방에 앞서 모스크바에서 펠리페 페레스 로케 쿠바 외무장관을 접견하는 자리에서 "쿠바는 과거에도 그러했지만 장래에도 남미에서 러시아의 중요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확인했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이번 남미 4개국 순방은 지구촌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무역관계를 강화하고 미국의 동구 진출에 대한 견제의 의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에 앞서 베네수엘라를 방문하여 우고 차베스 대통령과 핵에너지 협력 등 다양한 협력을 체결했다.

그는 APEC(아태경제협력체) 리마 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과 다양한 외교 접촉을 한 데 이어 브라질을 방문했으며 정상회의를 수행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은 콜롬비아와 에콰도르를 방문했다.

(아바나 AFP=연합뉴스) rj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