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북핵 6자회담을 살리기 위해 부심하고 있어 주목된다.

60일 후면 변변한 외교적 성과 없이 8년 동안의 대통령 직무를 마치고 백악관을 떠나야 한다는 중압감이 작용한 듯하다.

북핵문제에서라도 기록에 남을 족적을 남기겠다는 부시 대통령의 의지와 노력은 페루 리마에서 열리고 있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미국이 최대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어 경제위기극복이 최우선으로 꼽히는 와중에도 부시 대통령은 리마 APEC 회의에서 6자회담 참가국 정상들과 잇따라 회동을 갖고 북핵문제의 매듭을 풀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부시 대통령은 21일 후진타오 중국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22일엔 이명박 대통령, 아소 다로 일본 총리와 3자 및 개별 정상회담을 개최했고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도 만났다.

6자회담 참가국들이 내달 초 6자회담을 재개키로 22일 합의한 것은 부시 대통령의 이 같은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아직 정확한 회담 개최 날짜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중국이 다른 참가국들과 최종 개최 날짜를 협의한 뒤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부시, 6자회담서 검증체제 합의 원해 = 부시 대통령은 내달초 열리게 될 6자회담에서 북한의 핵신고 내역과 영변 핵시설 불능화 검증체제에 대해 합의하길 기대하고 있다.

임기 내 북핵문제 완전해결을 희망해온 부시 대통령은 검증체제에 합의할 경우 비록 핵 폐기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최종국면인 핵 폐기 단계로 넘어가는 교두보는 확보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물론 북미간에 북핵 검증방안에 대해 이견이 완전해소된 것은 아니다.

지난 12일 북한 외무성은 담화를 통해 "북핵검증방법은 현장방문, 문건확인, 기술자들과의 인터뷰로 한정된다"면서 시료채취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검증체제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나도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로선 원칙만을 고집하다가 6자회담을 살리지 못하고 임기를 마치게 된다면 2003년 이후 6자회담을 통한 북한 비핵화 노력이 물거품이 된다는 점에서 절충점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더욱이 부시 대통령은 대북강경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테러지원국 지정에서 해제하는 등 `양보조치'를 취했다는 점에서 6자회담에서 북한 비핵화와 관련, 가시적인 성과를 위해 북한을 적극 설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도 오바마 차기정부에 대화의지 전달 필요 = 이제 관심은 북한이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이냐로 모아진다.

북한이 내달 초 회담 재개에 합의했는지 아직 공식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그동안 6자회담 개최국인 중국은 물론 미국도 북한 측과 비공식 접촉을 계속 해왔다는 점에서 회담재개에는 어느 정도 합의가 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성 김 미 국무부 북핵대사가 오는 24일부터 28일까지 한국과 일본을 방문, 북핵 검증문제에 대해 협의하는 것도 내달 초 6자회담 재개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으로서도 차기 오바마 정부와 협상을 계속 해 나가기 위해서는 미국과의 협상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점에서 협상을 거부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북핵문제에서 가시적인 업적을 남기길 희망하며 조급해하는 부시 행정부와 마지막 협상을 벌여 합의를 이뤄두는 게 차기 오바마 정부를 상대하는 데 있어 북한에 더 이득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검증문제에 있어 북한의 입장도 완강하다는 점에서 회담이 열리더라도 부시 행정부와 북한이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절충점을 찾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