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정부 비밀자금인 국무기요비 유용 및 돈세탁 혐의로 대만 검찰에 구속수감된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이 검찰에 사흘째 단식을 벌이고 있다.

자유시보(自由時報) 등 대만 언론은 천 전 총통이 지난 12일 수감된 이후부터 물만 마시면서 음식 섭취를 거부하고 있어 교도소측이 하루에 두번씩 그의 혈압과 맥박을 검사하며 건강상태를 살피고 있다고 14일 보도했다.

천 전 총통은 13일 자신의 변호사인 정원룽(鄭文龍)과 만난 자리에서 '반공산당, 반독재' 등을 선언한 뒤 "죽어버린 사법과 민주의 퇴보에 애도를 표한다", "대만국 건설을 위해 기꺼이 생명을 바친다"는 등 10개 항목의 성명을 언론에 전해줄 것을 부탁했다고 정 변호사가 전했다.

천 전 총통이 구속된 이후 그의 가족들도 편치 않은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아들 천즈중(陳致中)과 며느리 황루이징(黃睿<靑+見>) 부부, 딸 천싱위(陳幸여<女+予>) 등은 14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을 것으로 알려졌으며, 주식 내부거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6년형을 선고받았던 사위 자오젠밍(趙建銘)은 13일 항소심에서 오히려 형량이 7년으로 늘어났다.

천 전 총통의 부인 우수전(吳淑珍) 여사는 현재 몸무게가 29kg에 불과할 정도로 쇠약해 수시로 혼절의 위험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연합보(聯合報)가 12일 저녁 실시한 천 전 총통 구속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0%는 그의 부정비리의 증거가 확실하기 때문에 구속됐다고 답했고 사법적 박해 때문이라고 대답한 응답자는 11%에 불과했다.

특히 민진당 지지자들 가운데서도 그의 구속에 대해 사법적 박해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응답이 부정부패 때문이라는 응답과 똑같은 34%를 차지, '복잡한 심경'을 보인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밖에 천 전 총통 지지자들이 14일 그가 수감돼 있는 투청(土城)교도소 주변에서 '사법의 부당성'에 항의한다는 계획이어서 경찰이 삼엄한 경계를 펼치고 있다고 언론은 전했다.

(타이베이연합뉴스) 이상미 통신원 yunf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