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정권 시절 의도적인 '국회 죽이기'를 위해 국회의 일하는 날짜를 크게 줄여 놓은 우리나라와 달리 민주주의의 역사가 긴 미국 영국 등 선진국 의회는 상시국회 체제를 가동하고 있다. 당연히 의회의 생산성과 통과시키는 법안의 질도 높아지게 마련이다. 특히 매년 초나 가을에 국회가 자동으로 열리게 돼 있어 국회의원이 일터인 국회에 나오는 것을 가지고 여야가 협상을 벌이고 장기간 등원을 거부하는 등의 웃지 못할 상황은 벌어지지 않는다.

미국 의회는 부활절 여름휴가 추수감사절 성탄절 등을 제외하고는 늘 열려 있다. 2년에 한 번 새로 구성되는 의회는 2개의 회기로 구분되는데 제1회기는 1월 초부터 추수감사절(11월 말)까지고 제2회기는 1월25일부터 역시 추수감사절까지다. 최근 미국 하원이 일 년에 회의를 가지는 일수를 따져보면 200∼260일 정도다.

영국도 정기회 임시회 등에 대한 구분 없이 총선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1년 단위로 회기가 운영되는 상시의회 체제다. 매년 11월 초 회기가 시작되고 성탄절 부활절 등에만 휴회기간을 갖는다. 프랑스의 경우 10월 초부터 이듬해 6월까지 9개월간 국회가 열린다. 회의는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1주에 3일 정도 열리는데 대다수의 의원들이 지역구에서 시장이나 도지사를 겸직하고 있는 특이한 시스템 때문이다.

총선이 끝나고 첫 회의를 열어 의장을 선출하는 것도 '일사천리'로 진행된다. 대부분 의회 임기가 시작되는 첫날 회의에서 의장을 선출하도록 규정돼 있다. 회기가 시작된 지 7일 안에 의장을 뽑도록 돼 있고 이마저도 야당이 정치적 이유로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끝없이 지연되는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다르다.

한국 국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야당 의원들이 의장석을 점거하고 여야가 서로 멱살을 잡고 흔드는 장면도 선진국에선 보기 어렵다.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의원에게 철저하게 책임을 묻는 제도가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영국 의회는 국회의장의 직무명령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 하원의 의사규칙에는 '의원이 의장이나 위원장의 권위를 훼손하거나 고의적으로 집요하게 의사를 방해하는 행위를 하면 의장은 해당 의원을 직무정치처분에 처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직무정지 처분을 받으면 처음에는 5일간,두 번째에는 20일간 각각 직무가 정지된다. 세 번 이상 처분을 받으면 하원에서 직무정지처분을 해제하는 의결이 있어야만 다시 회의에 참석할 수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