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당선자측, 연계논의 부인..백악관 "자유무역 장점 강조"
펠로시 "FTA-경기부양 연계 반대"..월가 "GM 파산이 현실적 최선책"


백악관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측 모두가 부인함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산업 긴급 지원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연계시키는 문제를 놓고 양측이 '기싸움'을 벌이는 모습이 완연한 가운데 제너럴 모터스(GM)가 현 상황에서 "파산 보호를 신청하는 것이 현실적인 최선책"이란 월가의 잇단 진단이 나오는 등 자동차 산업 보호를 둘러싼 미국의 움직임이 갈수록 긴박해지고 있다.

백악관의 다나 페리노 대변인은 11일(이하 현지시각) 전날 백악관에서 이뤄진 조지 부시 대통령과 오바마 당선자간 첫 회동과 관련해 자동차 산업 지원과 FTA를 연계시키는 문제가 거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오바마측도 이런 식의 '거래'가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양측의 해명은 뉴욕 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가 11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민주당이 특히 미-콜롬비아 FTA를 통과시키는 조건으로 자동차 산업 긴급 지원과 민주당이 추진해온 2차 경기 부양책을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부시가 오바마에게 제시했다고 보도한 후 나왔다.

의회는 미-콜롬비아 외에 한미 및 미-파나마 FTA도 승인하지 않고 있다.

페리노는 그러나 부시가 오바마에게 "자유 무역의 장점에 대해 얘기했다"고 밝혀 두 지도자간에 FTA 비준을 둘러싼 이견이 재현됐음을 시사했다.

백악관 대변인실은 당초 "두 지도자간의 사적 대화"라는 이유로 오바마가 부시에게 자동차 산업을 긴급 지원토록 압박했다는 보도에 대해 논평하지 않았다.

미국내 권력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11일 자동차 산업을 시급히 구제하도록 부시를 압박했다.

펠로시는 심각한 어려움에 빠진 자동차 부문을 지원하는 입법을 즉각 추진할 것이라면서 오는 17일 개원하는 '선거 후 회기'(레임덕 회기) 때 실현시킨다는 목표라고 측근들이 밝혔다.

그러나 어느 정도 규모의 지원을 모색하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펠로시의 대변인은 블룸버그에 "추가 경기 부양책이 시급하다는 것이 의장의 변함없는 소신"이라면서 그러나 "이것을 미-콜롬비아 FTA 비준과 연계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부시는 퇴임 전 한미간을 포함한 이들 3개 FTA 비준을 원하고 있으며 특히 대(對) 콜롬비아 FTA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의회가 앞서 승인한 7천억달러의 금융구제기금에서 자동차 부문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려는 민주당 방침에 대해 재계에서는 '자동차를 지원할 경우 역시 어렵기 마찬가지인 다른 산업들도 당국에 매달리게될 것'이라면서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을 경고해왔다.

미국 자동차 '빅 3의 맏형' 격인 GM은 최근 "앞으로 100일이 생존의 고비"라면서 당국이 지원하지 않으면 "무너질 수 밖에 없다"고 거듭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GM과 포드 및 크라이슬러 사측과 노조 지도부는 지난 6일 펠로시와 만나 구제 방안을 협의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GM의 상황이 워낙 심각하기 때문에 '밑빠진 독'에 지원하기보다는 차라리 "파산 보호를 신청하는 것이 현실적인 최선책"이란 지적도 월가에서 잇따라 제기됐다.

뉴욕 소재 헤지펀드 퍼싱 스퀘어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빌 애크먼 매니저는 11일 '찰리 로드 쇼' 녹화에서 "GM의 부채가 너무 많다"면서 따라서 "더 많은 돈을 투입해 문제를 해결하려하기 보다는 차라리 미리 준비시켜 파산시키는 것이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렇게해야만 심각한 부채 문제를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버킹엄 리서치 그룹의 조지프 아마투로는 GM 주식이 지난 7일 이후 계속 떨어져 그 사이에만 40% 가량 주저앉아 급기야 3달러 밑으로 떨어졌음을 지적하면서 "이런 상황에서 전략적인 파산도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GM이 더 가동되느냐 아니면 아예 문을 닫느냐의 절체절명의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GM이 회사를 굴러가게하기 위해 월평균 110억달러 가량이 필요하다면서 그러나 현금 유동성이 지난 6월말 현재 210억달러이던 것이 그나마 9월말 현재 162억달러로 더 줄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GM 관계자는 "파산한다고 즉각적인 유동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파산하면 더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기 때문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GM 주식은 11일 뉴욕 증시에서 전날보다 13% 더 주저앉아 2.92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60여년전인 지난 1943년 기록한 2.76달러에 근접한 수준이다.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