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시장 닫기보다는 해외서 사업기회 찾아야" ‥ 블룸버그, 한미 FTA 처리가 무역정책 가늠자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미국은 물론 세계 질서에 벌써부터 변화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유럽 중국 러시아 등은 당선된 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은 오바마 캠프에 자국산업 보호주의를 경계하는 견제구를 날리기 시작했다.

외교·안보 측면에서도 미국의 일방주의가 아닌 다자간 협력을 강조하는 다극 체제를 인정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세계 각국,보호주의 회귀 견제

세계의 적지 않은 국가들은 내년 1월20일 오바마 정부가 출범하면 자유무역 원칙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오바마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미국이 세계 각국과 맺거나 추진하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보여왔다. 또 미국 자동차산업과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우려를 낳기도 했다.

유럽연합(EU)의 캐서린 애시턴 무역담당집행위원은 5일 블룸버그TV와의 회견에서 "미국 산업의 경쟁력을 효과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오바마가 어떤 일을 할지 확신하고 있다"며 "(자유)무역의 유지가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바마 정부가 미국 시장을 닫기보다는 미국 기업의 해외 비즈니스를 활성화하는 쪽을 선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셀소 아모림 브라질 외무장관도 이날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1월 오바마 정권 출범 이전에 세계무역기구(WTO) 도하 협상의 세부원칙이 광범위하게 타협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그래야 오바마 정부 출범에도 부담이 작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도 미국 측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상하이 푸단대 미국연구소의 우신보 소장은 "금융위기로 미국은 중국의 도움이 절실하기 때문에 오바마 역시 강하게만 나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와 관련,미 의회에 승인이 계류돼 있는 세 건의 FTA 가운데 특히 한·미 간 협정이 향후 오바마 정권의 대외 무역정책을 가늠케 하는 잣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자간 협력시대 기대

부시 정권의 외교·안보적 패권주의는 전 세계적으로 미국의 외교 지도력을 추락시켰으며 오바마 당선인은 누구보다도 이에 대해 비판적 인식을 가져왔다.

따라서 향후 오바마 정부는 수십년간 지속돼온 미국 주도의 헤게모니에서 벗어나 유럽과 일본 등 우방들과 보폭을 맞추고 동맹국은 물론 협력 가능한 국가들과 손잡는 다자주의적 세계 질서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EU 순회의장국인 프랑스의 베르나르 쿠슈네르 외교장관은 "이제 세월은 변해 한 나라가 독자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다"면서 "EU는 더 이상 부수적인 역할에 그치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오바마의 당선 이후 이뤄진 자신의 첫 국정 연설에서 "미국 새 정부가 러시아와 포괄적인 우호 관계를 맺기를 희망한다"며 미국과의 대립을 해소할 뜻이 있음을 시사했다. 러시아는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MD)에 대응해 폴란드 인근에 신형 미사일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혀 강온 양면의 카드를 들어 보였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세계 각국 지도자들은 오바마 당선인이 새로운 국제 경제 질서를 확립하는 데 참여하기를 촉구했다.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은 오바마의 당선을 축하하며 "현재의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바꾸기 위해 새로운 세계를 위한 청사진(뉴딜)이 필요하다"며 "오바마가 이끄는 새 정부가 유럽과 함께 이 청사진을 주도하길 바란다"고 논평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