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4일 세계 각지에서는 미국이 새 지도자 선출을 계기로 전보다 '덜 오만해지기를' 바라는 이들의 시선이 미국으로 집중됐다.

라이스 야팀 말레이시아 외무장관은 "세계인들은 미국이 더 국제적이거나 통합적인 정치적 태도를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알-아라비야 TV와의 인터뷰에서 "누가 이기든 이번 대선을 통해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졌다"며 "분명한 점은 이후의 긴요한 시기에 미국의 지도력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스페인 총리는 이번 대선 결과가 경제는 물론 국제관계에도 신뢰를 새롭게 하는 계기로 작용해야 한다는 희망을 보였다.

미국에 줄곧 대립각을 세웠던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만약 미 대선의 양대 후보 중 버락 오바마 후보가 승리할 경우 "지평선 위로 작은 불빛"을 비춘 셈이 될 것이라며 오바마 후보가 "그 불빛을 스스로 키우기 바란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장악하고 있는 무장정파 하마스의 최고 지도자 칼레드 메샬은 "미국이 강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우리 땅에서는 우리가 더 강하다는 점을 알아줬으면 한다"며 "미국 외교정책의 모든 변화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이스라엘 과도 정부를 이끄는 에후드 올메르트 총리는 오바마 후보는 물론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도 '친구'라며 누가 대권을 쥐든 중동에서의 평화가 진척돼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정치 지도자 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미국 대선에 대한 깊은 관심을 드러냈다.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쇼핑을 즐기던 한 프랑스인은 "미국의 이미지를 위해" 이번 대선이 변화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유럽인들은 특히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보다 오바마 후보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파리에서 은행원으로 일하는 알랭 바레 씨는 오바마 후보의 등장이 "노예를 부렸던 미국의 과거 역사에 대한 일종의 사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바마 후보의 아버지가 태어난 케냐에서는 많은 이들이 오바마 후보가 당선된다고 해서 자신들의 일상이 획기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다면서도 TV 주위에 모여 미국에서 진행되는 투표 상황을 지켜보면서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매케인 후보가 5년간 포로 생활을 했던 베트남에서도 적지않은 이들이 이번 미국 대선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한편 이번 미국 대선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은 외국 가운데 한 곳으로 꼽을 수 있는 이라크에서는 어느 후보가 당선되면 자신들의 생활이 안정될지를 놓고 의견이 대립되는 양상을 보였다.

바그다드의 시아파 거주지 사드르시티에서 산다는 한 청년은 "오바마 후보가 철군을 원하기 때문에 그가 당선되기를 바라고 그렇게 되면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바그다드 타히르 광장에서 AP통신과의 인터뷰에 응한 한 기독교인 여성은 "미군이 당장 빠져나가면 혼란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베를린.파리 AP.AFP=연합뉴스) smile@yna.co.kr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