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무관심서 벗어나 투표 등 적극 참여 증가

"나의 투표, 우리의 미래, 11월 4일에 투표하세요."

미국 제 44대 대통령 선거일을 하루 앞둔 3일 오후(현지시간) 시카고의 한인 동포 지원 사회단체인 `한인교육문화마당집'에는 한국에서나 볼 수 있는 우리말로 된 이러한 선거 포스터가 곳곳에 붙어 있다.

이 단체 사무실 책상 위에는 `투표는 우리의 힘'이라는 역시 한글로 된 미국 선거 안내서가 놓여있다.

자원봉사자들은 선거에 대한 궁금증을 풀거나 다른 볼 일로 찾아온 한인 동포들에게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투표 방법을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상원의원의 텃밭인 시카고의 한인들이 섬처럼 고립돼 있는 정치적 무관심층에서 벗어나 정치참여 의식이 깨어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시카고에는 미국 내에서 최초로 로런스 에버뉴 거리의 일부가 `서울거리'로 지정돼 있고 이 곳 전체 건물의 3분의 1가량이 한인이 소유하고 있을 만큼 비즈니스에서는 한인의 위상이 작지 않다.

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시, 주, 연방 정부 선출직에 단 한 명의 한인도 배출하지 못했으며 정치적 위상은 아시안 계에서도 중국은 물론이고 인도나 필리핀 계에도 뒤처져 있다.

이진 일리노이주 아시아 정치 연합회 상임위원은 "정치적 위상이 낮은 것은 한인들의 정치적 무관심에서 비롯됐다"며 "시카고는 10만 명 가량의 한인들이 거주하고 있지만 이중 투표율은 10%에도 못 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2008년 미 대선에서는 한인 유권자들의 투표권 행사 욕구가 솟구치고 있으며 더불어 한인에 대한 미국 정치권의 관심도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이 곳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와 관련 한인교육문화마당집 송영선 씨는 "지난달 최초로 주정부와 연방 의원에 출마한 후보들을 불러놓고 한인들과 간담회를 열었다"며 "평일인데도 한인 200여명이 참여했으며, 특히 후원금을 내는 것도 아닌데 한인 거주지역 후보 8명이 참석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송 씨는 "문화마당이 지난 여름부터 선거 독려 활동을 펼친 결과 711명의 신규 유권자 등록을 받았다"며 "그동안 이민와서 수십 년 간 투표하지 않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투표에 나선다는 한인들이 많고 또한 부모와 자녀들이 함께 투표하겠다는 가족도 많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 전국을 상대로 한인들의 투표 독려 활동을 펼치고 있는 미주한인봉사교육단체협의회(NAKASEC)의 이현주 씨는 "고령의 이민 1세대들은 영어가 부족하고 투표절차가 복잡해 투표를 기피한 경우가 많았다"며 "하지만 최근엔 주류사회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투표권 행사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정치적 행사에 참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시카고=연합뉴스) 박창욱 기자ㆍ이경원 통신원 = pc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