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지키려 애쓴 오바마 부각..선거에는 도움될 듯

미국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의 외할머니인 매들린 던햄이 손자의 대권고지 등정을 코앞에 둔 3일 86세를 일기로 영면, 오바마와 주변인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틀 정도만 생명을 더 연장했다면 자신의 손으로 키운 손자가 미국 역사상 첫 흑인대통령에 당선되는 영광스러운 장면을 지켜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에서다.

오바마는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와의 대권혈투 속에서도 지난 23일부터 이틀간 병세가 악화된 외할머니의 하와이 자택을 방문했을 정도로 외할머니에 대한 애착이 각별했다.

오바마는 당시 "어머니가 난소암으로 53세에 생을 마감했을 때 임종을 지켜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늦지 않도록 하와이를 방문하게 됐다"며 가급적 할머니 임종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는 애틋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백인 어머니 스탠리 앤 던햄이 1995년 암으로 사망했고, 케냐출신 흑인 생부도 82년 사망했기 때문에 오바마에게는 하와이 외할머니와 케냐의 사라 아냥고 친할머니가 유일한 혈육이다.

할머니 중에서도 사실상 그의 성장을 옆에서 지켜보고 도와줬던 `백인 할머니'에 대한 애정은 남다를 수밖에 없었던 것.
오바마에게서 차지하는 외조모의 위치는 "우리 집안의 주춧돌이었고, 특별한 성취와 힘, 겸손을 갖춘 여성이었다"는 이날 발표된 오바마 성명에 그대로 투영돼 있다.

오바마는 이날 오전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선거운동을 하던 중 외할머니의 사망소식을 전해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들린 던햄은 누구 = 남편 스탠리 던햄과 함께 하와이 호놀룰루 자택에서 10살된 오바마를 키웠다.

매들린의 부계는 남편과 마찬가지로 17-18세기 유럽에서 이주해온 영국계 후손이다.

매들린의 어머니는 체로키 인디언계다.

그는 음주와 도박을 금기시하는 캔자스주의 엄격한 가정에서 태어나 성장했다.

고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으며, 엄한 가정교육에도 불구하고 콘서트에 갈 정도로 활달한 성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매들린은 제2차 세계대전 기간 남편이 육군에 입대한 사이 보잉사의 B-29 생산라인에서 일하기도 했다.

1942년 11월 오바마의 작고한 어머니 앤을 출산했다.

매들린은 가구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하와이로 이주하기로 결심한 남편의 뜻을 따라 1960년 하와이에 정착했으며, 하와이은행에서 일하기 시작해 1970년에는 첫 여성 부행장에 오르기도 했다.

매들린은 인도네시아에서 하와이로 돌아온 오바마를 10살때부터 고교졸업때까지 키웠다.

오바마는 하와이 말로 할머니를 뜻하는 `투투'를 줄인 `툿(Toot)'이라고 할머니를 불렀다.

매들린의 남편은 1992년 하와이에서 사망했다.

◇선거에 어떤 영향줄까 = 일단 오바마에게는 개인적인 슬픔이 아닐 수 없지만, 선거에 미칠 영향만을 생각한다면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오바마가 바쁜 선거일정 속에서도 행여 임종을 놓칠 것을 우려해 외할머니를 찾아 손자로서의 예를 갖춘 것은 많은 유권자의 심금을 울렸기 때문이다.

오바마의 부인 미셸은 최근 미국의 심야토크쇼 투나잇쇼에 출연해 "오바마는 가정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며 오바마가 병상의 외조모를 방문했던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주요 대선후보의 혈육이 사망한 경우는 한국 정치에서도 있었다.

김대중 후보와 이회창 후보가 맞붙었던 1997년 대선 당시 선거 하루를 앞둔 12월 17일 김대중 후보의 친동생 김대의씨가 숙환으로 사망했다.

다음날 김대중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됐다


(워싱턴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ks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