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위기설 확산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미국 시타델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헤지펀드발 금융시장 혼란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헤지펀드 위기설이 확산되면서 시타델도 유동성 위기에 빠져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조사요원들이 월가 거래 금융사를 대상으로 거래 규모 등을 알아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5일 보도했다. 시타델은 운용자산 규모가 180억달러(약 30조원)에 달해 자칫 금융시스템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FRB가 조사에 나선 것으로 월가는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대해 시타델 측은 터무니없는 소문이라고 일축했다. 제럴드 비슨 시타델 최고재무책임자는 "가용 신용한도(크레디트 라인)가 80억달러에 달하고 전체 자산의 30%를 현금으로 갖고 있다"며 "손실이 난 것은 사실이지만 평가손일 뿐 자산의 본래 가치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월가에선 시타델의 간판 펀드가 파생상품 등에 투자했다가 올 들어 35%의 손실이 발생했고,투자자들의 환매 요구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대형 헤지펀드 하나가 무너지면 헤지펀드 연쇄파산 사태가 빚어질 것이란 공포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난 24일 뉴욕 증시 개장 전 지수선물이 폭락해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거래가 일시 중단되는 상황이 빚어지자 월가 투자자들은 대형 헤지펀드가 파산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졌다. 헤지펀드인 하이넷워스그룹에 근무하던 존 캐니 매니저는 "뉴욕 증시에서 갑자기 변동성이 커지면 헤지펀드들의 움직임에 무슨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헤지펀드가 청산되거나 파산하면 자산을 몽땅 팔아야 하기 때문에 다우지수가 급등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헤지펀드는 최근 3중고에 빠져 있다. △안전자산 선호현상에 따른 투자자들의 환매 요구 △돈을 빌려준 금융사들의 대출금 회수 △약세장에 따라 낮아진 수수료와 금융 감독당국의 규제 강화 등이 그것이다.

대부분의 헤지펀드들은 원금 대비 2∼5배가량 차입(레버리지)을 일으켜 투자를 해온 터여서 공격적으로 자산을 매각하지 않으면 곧바로 유동성 위기에 처하게 된다. 리먼브러더스에서 헤지펀드 신용위험을 분석하는 업무를 하던 제프리 안씨도 "금융위기로 디레버리지(차입감소) 현상이 확산되면서 헤지펀드들이 영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며 "자금력이 부족한 상당수 헤지펀드들은 존립 자체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