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 등 금융시장이 '백약이 무효'인 상황에 빠졌다.

미국과 유럽 등 각국 정부가 자금시장의 경색을 풀고 시장의 신리를 회복시키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뉴욕증시가 5일 연속 하락하면서 바닥없는 추락을 거듭하는 등 금융시장의 불안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특히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업자금 시장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기업어음(CP) 매입에 나서기로 하고 금리인하 가능성도 시사하는 등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한 초강수까지 뒀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어 금융시장의 심리가 꽁꽁 얼어붙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 뉴욕증시 날개없는 추락..자금시장 꽁꽁 = 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5일 연속 하락하면서 9,400선으로 떨어졌다.

전날 10,000선이 무너진 데 이어 9,500선마저 쉽게 무너졌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도 5년만에 1,000선이 붕괴되는 등 뉴욕증시 주요 지수의 심리적 지지선이 연일 무너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다우지수는 작년 10월 14,000선을 넘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때와 비교하면 33% 가량 떨어졌다.

S&P 500지수는 올해 들어 32%나 하락하면서 1937년 이후 하락률이 가장 큰 최악의 해로 향하고 있다.

현재 뉴욕증시의 상황은 투자심리가 어떠한 정부의 대책에도 살아나지 않는 데 따른 투매 속에 날개없는 추락을 하고 있는 셈이다.

투자심리의 불안감은 이날 벤 버냉키 FRB이 이날 전미실물경제협회(NABE)에서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는 가운데도 증시가 낙폭을 확대한 것에서도 확인된다.

버냉키 의장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미국의 경기부진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현재의 금리정책이 적절한지를 검토해봐야만 한다는 입장을 밝혀 정책금리의 인하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지만 증시의 반응은 오히려 싸늘했다.

자금시장 역시 마찬가지 상황이다.

FRB는 이날 금융위기로 단기 자금 조달이 어려운 기업들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 기업어음(CP)매입을 통해 직접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는 전례없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저 살기에 바쁜 금융기관들이 자금을 빌려주기를 꺼리는 자금시장 경색이 지속되면서 초우량 기업들 조차도 자금을 구하지 못해 실물경제가 타격을 받을 위기에 처한 현실을 해소하기 위한 초강수다.

그러나 이날 미 자금시장에서 하루짜리 CP 금리는 하락했지만 일주일짜리는 상승세를 보이는 등 자금시장도 쉽게 안정되지 않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하루짜리 CP 수익률은 이날 0.74%포인트 떨어진 2.94%를 보였지만 일주일짜리 자금조달 비용은 1.25%포인트 오른 4%에 달해 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세계 주요 금융상품의 금리를 정하는 주요 지표인 리보(런던 은행간 금리)도 이날 급등했다.

하루짜리(오버나잇) 달러화 리보는 1.57%포인트(157bp) 상승한 3.94%를 기록했고 유로화 리보는 4.27%로 0.22%포인트 올랐다.

◇ 신뢰상실.실물경제 침체 공포 = 금융시장의 혼란이 지속되는 것은 미국이 금융기관의 부실자산 정리를 위한 7천억달러의 구제금융에 나서기로 한데 이어 각국 정부도 불안감 진정을 위한 대책에 나서고 있지만 현재의 위기가 이런 대책 정도로 해결될 수 있느냐 하는 신뢰의 상실과 불확실성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융위기의 원인이 된 미국 주택시장의 침체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것도 미 정부 대책에 확신을 심어주지 못하고 있다.

미 정부가 금융기관의 부실자산 매입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주택시장 침체로 금융기관의 손실이 확대될 경우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JP모건체이스는 전날 보고서에서 전세계 금융기관의 신용위기 손실이 1조7천억달러로까지 늘어날 수 있어 7천억달러의 구제금융이 부실을 깨끗하게 정리하는데 부족할 수 있다고 밝혔다.

JP모건의 이런 추정은 향후 18개월간 미 주택값이 추가로 15% 더 떨어질 경우를 예상한 것으로 작년 이후 전세계 주요 금융기관이 지금까지 5천850억달러의 손실이나 자산상각을 했지만 주택시장 침체가 지속되면 손실 규모가 지금이 3배 수준으로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날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국제적 손실이 1조4천억달러로 증가했다고 추정했다.

헤지펀드 오메가 어드바이저스의 리언 쿠퍼먼은 블룸버그 통신에 "절벽의 끝에 이른 상황에서 절벽에서 떨어질 것인가, 아니면 뒤로 빠져나올 수 있을까가 문제인데 역사를 돌이켜보면 뒤로 빠져나올 가능성이 있지만 그렇다는 아무런 보장은 없다"며 금융환경이 최악의 상황임을 설명했다.

이와 함께 금융위기가 진정되더라도 실물경제로 문제가 확산돼 미국과 유럽 등 전세계적인 경기침체를 몰고 올 것이라는 공포도 금융시장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밀러 타박의 전략가인 피터 부크바는 마켓워치에 금융시스템의 붕괴 위험은 거의 없어졌지만 2번째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면서 실물경제 및 기업실적의 악화가 새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