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TV토론회 'KO 펀치'는 없었지만…
오바마 "금융위기 공화당 책임도 크다" 맹공
매케인 "월가의 탐욕이 대가를 치르고 있다"



"1차 토론은 당연히 매케인의 시간이 됐어야 했는데 판정패를 당한 꼴이다. 두 후보 간 결정타는 없었다. "

11월4일 미국 대선일을 40일 앞두고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와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 간 1차 TV토론회가 지난 26일(현지시간) 미시시피주 옥스퍼드의 미시시피대학에서 열렸다. 첫 토론은 매케인이 비교우위를 갖고 있는 외교와 국가안보가 당초 예정된 주제였지만 최근의 미 금융위기가 즉석 주제로 올려져 상당한 변수로 작용했다. 이 때문에 매케인은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기회가 반감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당초 매케인은 금융위기를 빌미로 1차 토론을 연기하자고 25일 오바마에게 전격 제의했다가 거부당했다. 대선토론위원회도 오바마의 손을 들어줬다. 전당대회 이후 치솟던 지지율이 금융위기 부상으로 급락하자 전매특허인 '국가 우선주의'를 내세워 재역전의 승부수를 띄웠던 매케인의 전략이 어그러진 셈이다. 게다가 총 90분 토론시간 중 절반 정도를 금융위기 이슈가 차지했다.

외교.국가안보 분야는 평균적으로 매케인이 우세했다는 평가다. 오바마는 "매케인 후보의 의견에 동의한다" "매케인 후보가 지적했듯이…" 등의 전제를 여러 차례 단 탓에 한수 밀리는 이미지를 노출시켰다. 매케인은 "오바마 후보가 이해를 못하고 있을까봐 안타깝다" "오바마 후보가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등의 표현으로 오바마가 경험이 없어 순진하다는 점을 애써 부각시키려고 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깡패 국가'라고 지칭했던 북한 이란 베네수엘라 문제 대응에 대한 두 후보의 견해는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특히 북한과 관련해 오바마는 대화를,매케인은 부정적 시각을 견지했다. 오바마는 "미국이 대화를 단절하고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채 협상을 하지 않았다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는가"라면서 "그들은 핵능력을 4배로 키웠고,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했다"고 상기시켰다. 이어 "부시 행정부가 다시 (6자회담 등) 개입 정책을 편 뒤로 성과를 거두고 있지 않으냐"고 강조했다. 매케인은 "북한은 지구상에서 아마 가장 억압적이고 무참한 정권이며 거대한 정치수용소"라며 "북한 사람들은 그들이 착수했던 모든 합의를 파기해왔다"고 받아쳤다.

금융위기 쟁점에서는 오바마가 주도권을 쥔 형세였다. 그는 "이번 금융위기는 부시 정부 8년간의 정책 실패를 심판한 것이며,매케인은 그 정책을 지지한 장본인"이라고 매케인을 몰아붙였다. 매케인은 "시스템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며 "'메인 스트리트(실물경제)'가 수도 워싱턴과 월스트리트의 무절제 및 탐욕으로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피해갔다.

'7000억달러에 달하는 구제금융을 지불하기 위해 어디서 정부 지출을 삭감할 것이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두 후보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매케인은 "국방,보훈,사회보장 부문을 제외한 모든 정부 프로그램에서 지출을 동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는 "지출을 동결하는 것은 외과용 메스가 필요한 곳에 손도끼를 사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비꼬았다.

여론 평가는 오바마 쪽에 더 무게중심이 쏠렸다. 토론 직후 CNN이 성인 남녀 524명을 상대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 결과 51%가 오바마를,38%가 매케인을 승자로 꼽았다. CBS뉴스 조사에서도 39%가 오바마,24%가 매케인을 꼽았으며 37%는 무승부라고 답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막상막하의 점수를 매겼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