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크와 벤이 스웨덴을 배우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스웨덴 모델'이 주목을 받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22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영국 '롬바르트 스트리트 리서치'가 19일 헨리 폴슨 미국 재무장관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약칭을 써 '행크와 벤이 스웨덴어를 배우고 있다'(Hank and Ben learning Swedish)는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며 이렇게 전했다.

이 신문은 특히 1990년대 초 금융위기를 겪은 스웨덴이 '배드뱅크' 정책을 도입해 부실채권을 처리한 경험이 현재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스웨덴의 경험을 상세히 소개했다.

신문은 과거 스웨덴이 겪은 금융위기 역시 현재의 미국 금융위기와 마찬가지로 채권시장(credit market) 부실과 금융 및 부동산 거품 붕괴가 원인이었다고 지적했다.

스웨덴 정부는 1985년 부채담보부 증권을 사고 파는 채권시장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했고 결국 1990년대 초 무수익채권이 쌓이면서 스웨덴 은행 시스템이 붕괴됐다는 것이다.

당시 7대 은행들 가운데 5개가 정부 또는 주주들에게 대규모 금융지원 또는 증자를 요청해야 했고 이들 가운데 노르드방켄과 괴타방켄이 결국 국유화된 뒤 노르데아(Nordea)로 재탄생했다.

스웨덴 정부는 두 은행을 사들인 뒤 670억 크로네 규모의 무수익채권을 부실채권 처리 전담 '배드뱅크'인 세쿠룸(Securum)에 넘겼다.

100억 크로네는 현재 환율로 1조7천164억원에 해당한다.

세쿠룸은 이들 부실채권과 함께 미얀마 주재 영국 대사관 건물과 짐바브웨 전세기 운영권, 미국 스키 롯지, 유럽의 부동산 및 스웨덴 사업체 등 온갖 종류의 담보물건을 함께 넘겨받았다.

정부는 세쿠룸이 240억 크로네의 자본을 조달하게 한 뒤 15년의 기간을 주고 부실채권을 처분하게 했지만 1990년대 중반 부동산 시장과 주식 시장 상황이 회복되면서 세쿠룸은 5년만에 부실자산을 모두 처분, 약 130억 크로네를 회수했다.

더 중요한 것은 스웨덴 정부가 납세자들에게 부담을 거의 지우지 않았다는 사실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지적했다.

부실 은행 구제를 위해 총 650억 크로네를 쏟아부었지만 국유화했던 은행을 매각하거나 배당금의 형태로 투자한 돈을 회수했다는 것이다.

스웨덴 정부는 이미 민영화된 노르데아 지분 19.9%를 아직도 보유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또 세쿠룸이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의 하나는 단지 부실채권을 처리하는 청산회사로 소극적으로 행동한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나서 활발한 투자 활동을 벌였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세쿠룸의 전 회장 얀 크바른스트룀씨는 "부실자산을 덤핑 처리하는 회사로서가 아닌 전문회사로서의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다른 나라들도 스웨덴의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은 1980년대 말 저축대부조합(S&L) 도산 위기 때 설립했던 정리신탁공사(RTC)를 모델로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인수하는 기관의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강진욱기자 k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