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폭락 등 금융시장 불안 … 전방위 개입
루블화 방어엔 지난달 140억弗 쏟아부어

러시아 정부가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증시와 루블화 가치가 급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외환시장에 상당한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투입했으며,국부펀드 자금을 동원해 주식도 사들일 예정이다. 이처럼 러시아 정부가 시장 안정을 위해 총출동한 것은 글로벌 경기침체와 원자재 가격 하락,그루지야 사태 등 3중고로 러시아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이다.
러시아 "국부펀드 투입 증시부양"
◆올 들어 반토막난 RTS지수

1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알렉세이 쿠드린 러시아 재무장관은 전날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국부펀드나 연금 자금을 증시에 투입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국부펀드 규모는 현재 320억달러에 달한다. FT는 러시아 정부가 그동안 국부펀드 자금의 증시 투입에 반대해온 사실을 감안할 때 그만큼 증시 붕괴에 대한 대응 압력을 강하게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 증시의 RTS지수는 11일 1298.08로 마감,2006년 6월 이후 2년여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올해 최고점인 지난 5월19일(2487.92)에 비해 반토막난 것이다. 특히 러시아 최대 은행인 스베르뱅크의 주가가 이날 하루에만 7.4% 급락하는 등 금융회사들이 가장 크게 흔들리고 있는 상태다.

국부펀드 자금의 증시 투입에 대해선 경고의 목소리도 들린다.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만약 러시아 정부가 자산 가격 부양을 위해 국부펀드를 위험 자산에 계속 투자할 경우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이날 단기자금시장에 100억달러를 추가로 지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은행은 루블화 방어를 위해서도 지난달 140억달러를 쏟아부었다. 달러화에 대한 루블화 가치는 이날 달러당 25.71루블로 올해 최고치였던 지난 7월14일(23.15루블)과 비교하면 두 달 새 10%가 떨어졌다.

◆고민하는 지도부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날 "투자자금의 지속적인 유출로 유동성 부족 및 증시 하락 문제가 야기되고 있는 만큼 더 많은 추가자금이 금융시장에 투입돼야 한다"고 밝혀 국부펀드의 시장 투입을 지지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국영 TV채널 '베스티-24'에 출연,"정부와 중앙은행은 금융시장에 추가 자금이 유입되도록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전날 "정부가 올바른 결정을 내린다면 시장 상황은 곧바로 좋아질 것이고,올초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다"며 "이런 상황은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다"고 자신했다.

푸틴 총리는 "해외 자본 유입이 지난해 800억달러 수준에서 올해 450억∼500억달러 수준으로 줄어들 수 있다"면서도 "이는 미국과 유럽이 겪고 있는 신용위기로 인해 서양의 투기자본이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지 그루지야 사태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시장 달래기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경제가 위기를 잘 견뎌낼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