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지야 전쟁을 계기로 촉발된 미국과 러시아 사이 갈등이 신냉전의 양상을 띠면서 계속되고 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6일 그루지야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는 '무시할 수 없는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

이날 러시아 국가평의회에 참석한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8월8일을 기점으로 세계는 변화했다.

러시아는 누구도 시민들의 생명과 존엄을 침해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러시아는 이제 무시할 수 없는 나라다"라고 말했다.

그루지야 문제와 관련, 러시아를 비난하고 있는 미국 등 서방국가들의 이중적 태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러시아는 과거 같은 상황에서 독단적으로 자유선거와 국가의 존엄성 등을 들며 침략자에 대해 무력을 사용할 필요를 주장했던 국가들로부터 아무런 지지나 이해의 말을 듣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는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진실은 우리편"이라면서 그루지야의 침공을 받았던 남오세티야를 1995년 보스니아 내전 당시 무슬림에 대한 인종청소가 벌어졌던 슬레브레니차에 비유했다.

슬레브레니차 참사는 보스니아 주둔 유엔평화유지군이 도망친 까닭에 벌어진 것이며 러시아의 그루지야 침공은 남오세티야에서 유사한 비극이 초래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더는 게 푸틴의 주장이다.

반면 이날 이탈리아를 방문한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은 러시아는 옛 소련시대의 지배를 다시 회복하려는 "무자비 정권"이라고 비난했다.

체니 부통령은 "러시아의 행위는 문명화된 기준들에 대한 모욕"이라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들은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에 함께 맞설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루지야 현지에서는 해안에 구호물자를 하역하는 미 해군함정과 러시아군 사이에 보이지 않는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17t의 물자를 싣고 그루지야 포티항에 도착한 미국 지중해 함대의 기함 USS 마운트휘트니호는 지난달 24일 이후 그루지야 영해에 도착할 때까지 러시아 구축함이 4㎞ 간격으로 따라붙었다고 밝혔다.

또한 포티항 인근에는 수대의 러시아 경전차와 장갑수송차량이 평화유지군 휘장을 단 채 미군의 동태를 살폈다.

이러한 긴장은 베네수엘라 등 다른 대륙의 반미진영으로도 확산되는 모양새다.

6일 베네수엘라 해군 당국에 따르면 베네수엘라는 11월10일부터 14일까지 5일간 자국 영해에서 러시아 함대과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번 훈련에 참가하는 러시아 함대의 규모는 함정 네 척, 승무원 1천명 정도로 전해졌다.

한편 프랑스 아비뇽에 모인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러시아 정부를 도발하는 것을 꺼리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베르나르 쿠슈네르 프랑스 외무장관은 "러시아는 반드시 파트너로 남아야 한다.

러시아는 우리의 이웃이고 대국으로서 냉전 시대로의 회귀는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면서 EU는 러시아를 상대로 제재를 가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8일 주제 마누엘 바로수 EU 집행위원장, 하비에르 솔라나 EU 외교정책 대표와 함께 모스크바를 방문, 러시아-그루지야 휴전협정의 충실한 이행을 거듭 촉구할 예정이다.

(모스크바 AP=연합뉴스)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