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그루지야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유럽연합(EU) 긴급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EU가 러시아를 제재하면 보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TV와 인터뷰에서 EU가 제재를 가할 경우 이에 상응하는 제재조치를 특별법 형식으로 채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또 "그루지야 내 친러 성향의 자치공화국들인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의 독립을 인정키로 한 결정을 절대로 되돌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도 이날 러시아 TV와 가진 인터뷰에서 "유럽지역으로의 석유와 가스 수출을 제한할 의사는 없지만 이를 '다각화'할 것"이라며 EU를 압박했다. 푸틴 총리는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도 (에너지 수출을) 제한할 의도는 없으며 계약상의 의무를 엄격히 준수할 것"이라면서도 "전 세계 경제에 필수적인 이들 상품의 수출 가능성을 다각화하고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러시아는 EU가 소비하는 천연가스의 25%와 원유 일부를 공급하고 있다. 푸틴 총리는 또 "그루지야 사태와 관련한 러시아의 결정은 모두 국제법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EU 정상회담이 미국의 이익을 반영해 러시아에 대한 강경 대응책을 채택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그루지야 사태 이후 러시아 기업들의 자금차입 비용이 크게 증가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국영 가스업체인 가즈프롬의 5년만기 채권 '크레디트디폴트스왑(CDSㆍ채권의 부도위험에 대비한 보험성격의 파생상품) 스프레드는 최근 2.57%포인트로 확대됐다. 1년 전에는 1.18%포인트였다. 이는 1000만달러어치 가즈프롬 채권이 5년 내 부도날 위험에 대비하는 비용이 1년 전 11만8000달러에서 현재 두 배가 넘는 25만7000달러까지 치솟았다는 뜻이다. 투자자들이 더 많은 이자를 요구하기 때문에 러시아 기업들의 자금 조달비용이 늘어난 셈이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