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외무 "그루지야 사태 신속히 해결해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그루지야 사태 해법논의를 위한 유럽연합(EU) 긴급 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31일 EU가 자국을 제재하면 보복할 준비가 돼 있다고 위협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날 자국 TV와 인터뷰에서 EU가 제재를 가해오면 이에 상응하는 제재조치를 특별법 형식으로 채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루지야내 친러 성향의 자치공화국들인 남오세티야와 압하지야의 독립을 인정키로 한 자신의 결정을 절대로 되돌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강경' 입장과는 달리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그루지야 사태의 신속한 해결을 촉구하며 '다소 누그러진' 톤의 발언을 했다.

러시아 대통령과 외무장관의 발언은 긴급 정상회담을 앞둔 EU측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날 독일의 유력 경제지 '한델스블라트'에 기고한 글을 통해 "현재의 위기는 신속히 극복돼야 한다"며 "우리는 EU 순회의장국인 프랑스의 노력에 감사하고 있고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간 맺어진 모든 합의들을 여전히 존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러시아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지 거의 20년이 지난 지금 유럽과의 '분열'(rift)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면서 "다만 경제 및 안보정책과 관련해 러시아와 유럽간 폭넓은 협력은 동등한 파트너십으로써만 실현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특히 일각에서 나오는 신(新)냉전 시작설을 일축했다.

그는 "미디어를 통해 새로운 전선 형성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신냉전과 관련이 있지 러시아는 전혀 무관하다"며 "그러나 현 위기를 포함한 대(對)러 '도발'행위는 우리 모두에게 진실로 중요한 문제들에 관한 협력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임에 틀림없다"고 말했다.

(모스크바.베를린 AFP=연합뉴스) yct94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