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를 저격하려던 일당 3명이 민주당 전당대회가 개최중인 덴버 인근에서 체포됐다는 소식이 26일 전해지면서 오바마 후보에 대한 경호에 비상이 걸렸다.

저격 시도가 실행에 옮겨진 것이 아니고 자세한 수사내용이 발표되지 않은데다 오바마 후보가 아직 덴버에 오지도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미국 언론들은 이번 사안에 대해 큰 비중을 두지 않는 분위기다.

특히 수사당국은 초기 조사결과 오바마 후보나 민주당 전대에 "확실한 위협"은 아니라는 설명을 달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정치사에서 현직 대통령과 유력 정치인들, 흑인 민권지도자들의 암살 또는 암살기도가 심심찮게 발생한데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의 탄생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에서 오바마에 대한 암살 기도 자체는 사안 자체의 경중을 떠나 간단히 다룰 사안이 아니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이 때문에 민주당 전대 이틀째인 덴버에서는 테러 및 저격 등에 대비한 경비가 한층 강화되고 있다.

오바마 저격 기도를 품은 일당이 잡힌 것은 민주당 전대 개막 하루 전인 24일 새벽 1시30분께다.

당시 경찰이 덴버 인근의 오로라 지역에서 차선을 이탈해 이상한 운전행태를 보인 트럭을 정지시켜 검문하던 중 차량에서 망원경이 장착된 고성능 라이플 2정과 탄약상자, 방탄조끼, 워키토키, 마약 등을 발견했다.

트럭 운전자인 태린 가트렐은 면허가 정지된 상태였다.

이에 오로라 경찰은 즉각 연방수사국(FBI)에 긴급상황임을 알렸고 FBI 요원들은 3시간 후 덴버 시내의 한 호텔에서 공모자인 존슨을 체포했다.

또 30분 후에는 덴버 인근의 글렌데일 소재 한 호텔에서 숀 로버트 아돌프라는 남성이 FBI 요원들의 체포를 피해 6층 창문에서 뛰어내리다 골절상을 입은 상태에서 붙잡혀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들 공범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은 모두 마약 소지 혐의를 받고 있다.

민주당 전대의 개막으로 현지 경찰과 사법당국의 경호시스템이 철저히 가동되는 상황에서 경찰이 FBI와 공조, 신속히 용의자 일당을 검거한 것으로 보인다.

용의자 가운데 한 명은 "오바마를 (연설장에서) 750야드 떨어진 높은 곳에서 라이플 총으로 저격하려고 했다"고 말했으며 수사 관계자는 이 용의자가 "오바마를 살해하기 위해 덴버에 왔느냐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고 대답했다"고 말했다고 CBS방송이 보도했다.

수사당국은 26일 오후(미국 현지시간) 브리핑을 통해 수사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수사팀의 한 검사는 그러나 이들이 오바마 후보와 민주당 전대에 "확실한 위협"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1968년 6월 민주당의 예비선거에서 승승장구하며 유력한 대선 후보로 부상한 로버트 케네디 상원의원이 팔레스타인 이민자의 총격으로 숨진 사건을 생생히 기억하는 민주당원들로서는 이번 전대에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로버트 케네디는 63년 댈러스에서 암살당한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동생이다.

현직 대통령으로 암살당한 인물은 케네디 이전에도 여러 명이 있다.

1865년 에이브럼 링컨(16대), 1881년 제임스 가필드(20대), 1901년 윌리엄 맥킨리(25대) 등이 모두 총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1981년에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한 호텔 앞에서 힝클리라는 청년의 저격 기도로 가슴에 총탄을 맞았으나 목숨을 건졌다.

흑인 민권지도자인 마틴 루터 킹 목사는 로버트 케네디 상원의원이 암살당하기 불과 두 달 전인 68년 4월 테네시 멤피스의 한 호텔에서 암살당했으며, 급진적 흑인민권 운동가인 말컴X는 65년 2월 총격으로 숨졌다.

한편 덴버 시는 인근 오로라 경찰이 오바마 후보 저격을 모의한 혐의로 3명을 체포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테러 등에 대비해 전당대회장 안과 주변 도로 그리고 도심 및 외곽에서 경비를 한층 더 강화하고 있다.

취재진들도 행사 안전과 경호를 이유로 전당대회장에서 출입이 가능한 지역이 크게 제한돼 있으며 특히 전당대회 연단 부근에 접근조차 아예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