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브론ㆍ바오스틸 등 총집결ㆍ가스ㆍ철광석 부르는게 값


시드니에서 비행기로 5시간 걸려 도착한 서(西)호주 주정부의 주도인 퍼스.지난 14일 서(西)퍼스 킹스파크로(路)에 있는 머치슨메탈 사옥을 찾았다.퍼스시와 필바라 사막 중간쯤에 있는 잭힐스 철광을 운영하는 광산업체다.회의실에서 만난 트레버 매튜스 사장은 7월말의 ‘경사’에 아직도 들떠 있었다.10억~15억 호주달러(9300억~1조3900억여원,22일 원·호주달러 환율 932원 기준)짜리 ‘OPR(Oakajee Port& Rail)프로젝트’를 서호주 정부로부터 승인받은 것이다.

◆자원 확보 둘러싼 무한경쟁

이 프로젝트는 잭힐스 광산에서 캐낸 철광석을 운송하는 철도와 항구를 건설하는 게 골자다. 매튜스 사장은 "항구를 맡은 업체가 철도까지 수주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인프라 사업권자로 선정돼 사업 확장 토대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현지에서는 이에 대해 "일본과 중국의 자원 확보 대리전에서 일본이 이겼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OPR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곳은 머치슨메탈과 일본 미쓰비시가 50 대 50 지분율로 세운 마케팅 회사인 '크로스랜드'다. 크로스랜드와 경합을 벌인 곳은 중국 시노스틸이 50%의 지분을 투자한 '미드웨스트' 컨소시엄.서호주에는 광산이 많지만 운송 인프라 부족으로 사업이 원활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인프라 확보 여부는 자원 비즈니스에서 매우 중요하다.

6만t 선박만 드나들어 해상운송 병목 현상이 심한 제랄톤항 북쪽 22㎞ 지역에 오카지항을 건설하면 머치슨메탈의 사업 확장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미쓰비시와 일본으로서는 그만큼 더 많은 철광석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포스코도 이번 프로젝트로 상당한 이익을 챙긴다. 포스코 호주법인은 2005년 잭힐스 광산 주식 4000만주를 주당 40 호주센트에 사들였다.

투자비용은 1800만 호주달러(167억여원).2006년 11월 철광석 생산을 시작하면서 주가가 크게 올라 평가이익만 수억달러를 올리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철광석을 안정적으로 확보했다는 점이다.

포스코 호주법인 강성욱 부장은 "지분 매입 때 '생산량의 최대 40% 우선 구매'란 옵션을 붙여 2012년 생산이 본격화되면 철광석 1000만t을 확보하게 된다"며 "오카지항을 이용하면 운송에도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자원업체인 BHP빌리튼이 지난해 11월 동종 호주업체 리오틴토 인수 추진을 공개 선언한 이후 철광석 최대 수요국인 중국과 치날코,호주 정부 간에 펼쳐지고 있는 공방도 자원전쟁에 기름을 붓고 있다. 아르셀로미탈 바오스틸 등 전세계 철강업체들도 철광석 가격에 영향을 미칠까 BHP빌리튼의 M&A 성사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초호황 누리는 자원도시 퍼스

인구 170만의 소도시인 퍼스의 중심지.곳곳의 건물들이 신축,또는 리모델링 중이다. 실업률 3.2%에 공실률은 0.3%.부동산 가격이 안 오를 리 없다.

침실 2개에 화장실 하나인 아파트가 주당 900 호주달러(84만원가량)로 시드니보다 300~350달러 비싸다.

스완강변을 굽어보는 전망 좋은 AMP빌딩의 17㎡(5평가량) 사무실은 월 임대료가 6600 호주달러(615만여원)에 달한다.

광산업 호황에 유전ㆍ가스전 개발 붐까지 겹쳐 고임금 고물가를 부추기고 있지만 경기가 워낙 좋아 문제가 되지 않는 분위기다.

퍼스에 본사를 둔 한 자원회사 관계자는 "고교 졸업 후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광산에 취직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약사 같은 전문직도 단기간 목돈을 모으기 위해 광산행을 단행하는 사례도 있다"고 귀띔했다. 자원 관련 기술 자격증을 가진 대졸자는 초임 연봉이 8만~12만 호주달러(7400여만~1억1100여만원)에 달한다.


퍼스의 호황은 단기간에 끝날 것 같지 않다. 호주 북서 대륙붕 개발사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호주 북서 대륙붕에는 가스전과 오일전이 대거 산재해 있다.

그동안 경제성 문제로 개발이 어려웠지만 국제 원유가격 급등 후 사정이 달라졌다. 셰브론 엑슨모빌 BP 등이 개발 가능성을 속속 타진하고 있다. 오일이나 천연가스를 정제하는 플랜트를 짓는 기술자들은 퍼스에 거주하다 북서 대륙붕 인근 댐피아로 날아가 헬기를 타고 개발 현장으로 이동한다.

호주 국영 농업자원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현재 원유ㆍLNG 프로젝트가 47건이 추진되고 있고,올해 35개 광구가 추가 분양될 예정이다. 자원관련 인력들의 퍼스행이 더욱 늘어나면서 퍼스의 경제 호황도 지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시드니ㆍ퍼스=글ㆍ사진 박기호 기자 kh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