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도 베트남이 '원자재 블랙홀'로 등장하면서 원자재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메이저 자원회사들은 원자재 시장에서 목소리를 높이기 위해 기업 인수ㆍ합병(M&A)에 한창이다. 가격 급등세를 감안해 1년 단위로 결정하고 있는 철광석 및 석탄 공급 단가를 시장 인덱스를 토대로 수시 적용하자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자원부국 호주에서 활동 중인 한국 기업들은 자원 확보 틈새전략을 만드느라 골몰하고 있다.

철광석과 석탄의 67%가량을 호주에서 충당하고 있는 포스코는 광산 회사에 대한 지분 투자에 적극적이다. 우선문 포스코 호주법인장은 "지난해 연간 수요량은 철광석과 석탄을 합쳐 6500만~7000만t 규모지만 지분 투자로 확보한 물량은 20%를 밑돈다"며 "지분 투자로 30% 이상을 확보해야 가격 급등에 따른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급등한 가격으로 사들이더라도 지분율만큼 수익을 배분받기 때문에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 법인장은 "자금력이 부족하고 판매력이 약한 소규모 광산업체들을 대상으로 기회를 찾고 있다"며 "철광석 품질이 다소 낮은 광산들도 적극 물색 중"이라고 밝혔다. 포스코는 철함유량 60% 이상인 고품위 철광석은 물론 30~40%인 저품위 철광석도 적극 확보하고 있다. 철강제품 가격이 올라 질이 다소 낮은 철광석도 채산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분 투자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광구 조사 과정에서 투자 파트너로 참여하는 것"이라며 "골드만삭스 UBS 등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넘치는 자원 달러를 인프라 투자로 연계시키려는 호주 정부의 계획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호주 정부는 주요 광산물의 운송이 병목 현상을 보이자 항구 등을 적극 건설한다는 방침이다. 7년 가뭄에 세차 금지 정책을 시행할 정도로 물 부족이 심해 담수화 플랜트 프로젝트도 대거 추진 중이다. 김성수 KOTRA 시드니 무역관장은 "호주 엔지니어링 회사와 국내 전문업체들이 협력하면 담수화 플랜트를 충분히 수주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관장은 또 "자원 확보로 이어질 수 있는 각종 프로젝트 수주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자원개발 관련 정보나 흐름을 파악해 필요한 국내 기업에 제공하기 위해 호주 자원전문가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기업 진출이 드문 퍼스 지역을 적극 공략하는 기업도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호주 북서 대륙붕에서 해양 플랜트나 해저 파이프라인 건설공사가 많이 발주될 것으로 예상하고 최근 퍼스에 지사를 설립했다. 김상헌 지사장은 "호주 북서부 유전 및 가스전은 건설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플랜트 자체를 지상에서 만들어 현장으로 운송하는 비즈니스가 가능하다"며 "내년 말이나 2010년쯤엔 성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시드니ㆍ퍼스=글ㆍ사진 박기호 기자 kh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