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안관계 진전 탄력받을듯…정치.경제통합까진 먼 길
분리.독립 주장 티베트.신장자치구 등 소수민족 변수


이번 베이징올림픽은 '하나의 국가'를 지향하는 중국에게는 국가통합, 국민통합의 의지를 대외적으로 표출한 무대라고 할 수 있다.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중국과 대만간 양안관계가 밀월국면에 진입한데다 올림픽 과정에서 중국인들 사이에 '중국은 하나'라는 의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중국은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One World, One Dream)을 베이징올림픽의 모토로 내걸었지만 내심 '하나의 세계'보다는 '하나의 중국'에 무게를 두고 올림픽을 준비했을지도 모른다.

국가통합과 국민통합을 위해 올림픽을 활용하려는 베이징 당국의 의지는 개막식에서 잘 드러났다.

장이머우(張藝謀) 감독이 연출한 ' 찬란한 문명'과 '영광의 시대'로 명명된 개막공연은 세계 최강대국을 꿈꾸는 '중화주의'의 야망을 대외적으로 드러냄과 동시에 '하나의 중국'을 달성하기 위해 자긍심을 키우고 내부결속을 다지는 장이었기 때문이다.

중국은 앞으로 밖으로는 커진 중국의 힘으로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유소작위'(有所作爲)의 외교노선을 걸으면서 내부적으로 국민통합과 국가통합을 달성하기 위해 행보를 가속화할 것이는게 중국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양안관계 진전 가속화…마잉주 총통 '진먼도 평화.화해선언'

대만의 마잉주(馬英九) 총통 취임 이후 진전된 양안관계는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한층 발전했으며 이같은 밀월기는 돌발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올림픽 개막을 한달 가량 앞두고 시작된 직항운항이 양안관계를 원만하게 이어주는 튼튼한 날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림픽에 참석한 대만 선수단은 주말에 직항노선을 운행하는 자국의 항공기를 타고 베이징에 입성했다.

또 중국과 대만은 올림픽 기간 밀월관계를 손상시키지 않기 위해 상대방을 배려하는 자세를 취했다.

올림픽에서 사용할 대만의 국가명핑을 놓고 중국과 대만간의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으나 중국측의 양보로 '중국 타이베이(中國臺北)'이 아닌 '중화 타이베이'(中華臺北)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원만하게 풀렸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주석은 베이징올림픽 참관차 베이징을 방문한 대만의 우보숭(吳伯雄) 국민당 주석, 롄잔(連戰) 전 국민당 주석 등을 면담한데 이어 개막식에서도 이들을 홍콩, 마카오 대표들과는 다르게 '국가원수 구역'인 후 주석의 윗줄 좌석에 앉게 하는 등 상당한 '배려'를 했다.

대만도 올림픽을 앞두고 가능한 중국과 대립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마잉주 총통은 올림픽 기간 중남미 국가들을 순방하면서 전세기를 타지 않고 기착지인 미국에서도 정관계 인사들을 만나지 않는 등 '조용한 행보'로 중국측을 배려했다.

이밖에 대만의 유명 대중가요 그룹의 이름이 붙은 '타이완 과일 F4'인 파인애플, 구아바, 양타오, 망고가 올림픽선수촌의 각국 선수들에게 제공되기도 했다.

밀월기에 접어든 양안관계는 올림픽 이후에도 지속되는 것은 물론 문화, 경제 분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 방송통신대학(空中大學) 공공행정학과 리윈제(李允傑) 교수는 "베이징올림픽이 끝난 후 양안의 교류창구인 중국 해협양안관계협회(해협회)와 대만 해협교류기금회(해기회)가 관광, 문화, 경제, 무역 분야의 교류확대를 위한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면서 양안교류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대만 증권거래소 쉐치(薛琦) 소장도 "올림픽 이후 양안은 은행과 증권사업의 MOU 체결을 위한 구체적인 협의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 대만총통이 23일 양안간 분단의 상징인 진먼도(金門島)를 방문해 '화해와 평화'를 제의하는 '진먼도선언'을 한 것은 양안관계가 순풍을 탈 것임을 예고하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마 총통은 진먼도 전쟁 발발 50주년을 맞아 이날 진먼도의 군사기지를 방문, 중국측에 화해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중국 푸젠(福建)성 샤먼(厦門)시 바로 앞에 위치한 진먼도는 대만의 최전방 군사기지가 있는 곳으로 1958년 8월23일부터 중국과 대만간 대규모 포격전이 전개됐던 분단의 상징이다.

지난 5월 총통 취임이후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을 강화하는 조치를 취한 바 있는 마 총통이 '외교적 종전' 성격을 띠고 있는 '진먼도 평화선언'을 함으로써 양안관계는 한단계 높은 차원으로 발전할 것으로 관측된다.

◇양안 정치적 통합은 "멀고먼 길"…대만내 '친중노선' 역풍 가능성

양안관계가 밀월기에 접어든 것은 분명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경제적인 교류를 위주로 한 것이며 양안관계가 정치적 통합으로 발전할 것으로 내다보는 것은 성급한 관측이라는 게 중국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대만이 국민당 집권으로 친중노선을 걷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대만의 자주성을 바탕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기 때문에 공산주의 체제인 중국과 정치적으로 통합하는 것은 멀고도 먼 일이기 때문이다.

대만의 정치상황에 따라 '친중노선'이 역풍을 맞고 독립노선이 득세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독립노선을 지지하는 정치평론가인 진헝웨이(金恒휘<火+韋>)는 자유시보 12일자에서 장이머우 감독의 개막식 공연을 1936년 베를린올림픽을 기념해 만든 레니 리펜슈탈의 기록영화 '올림피아'와 비교하면서 혹평한데서 알수 있듯이 대만 내부에선 중국이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하나의 중국'을 향해 대만측을 은연중 압박하고 있는데 대한 경계심을 드러내는 시각도 없지 않다.

마 총통의 '친중노선'도 따지고 보면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경제발전을 꾀하려는 전략이기 때문에 중국이 대만의 독자성을 인정하지 않으려 할 경우 양안관계가 다시 대결국면으로 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 국가이탈 원심력도 작용…티베트·신장위구르 '변수'

'하나의 중국'을 지향하는 중국측의 오랜 노력에도 불구하고 '중화주의'의 틀을 깨려는 '민족주의적 원심력'이 작용하고 있으며 이같은 흐름은 올림픽 이후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족이 주도하는 중국내에서 역사적, 문화적 배경을 달리하는 티베트와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에서 올들어 강력한 분리독립 움직임과 올림픽을 겨냥한 테러행위가 발생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 3월 발생한 티베트 유혈사태는 거대한 국토에 다양한 민족들이 서로 이질적인 문화를 바탕으로 살아가는 중국사회에서 국민통합, 국가통합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지난 21일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프랑스의 일간 르 몽드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군이 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중에 티베트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다"거나 "지난 3월 티베트 사태 이후 티베트 자치구 수도 라싸(拉薩)에서만 400명이 피살됐다"고 주장한데서 엿볼 수 있듯이 올림픽 이후에도 티베트 문제가 다시 수면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남아 있다.

베이징올림픽 기간 잇따라 폭탄테러가 발생한 신장위구르자치구내 일부 정치세력의 분리독립 운동도 '하나의 중국'을 목표로 하는 중국으로서는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홍콩연합뉴스) 정재용 특파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