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의 그루지야 철수를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압박이 강화되면서 향후 3일 안에 러시아군의 철수 작업이 끝날지 주목된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19일 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평화합의안에 따라 추가 안전 조치를 이행할 500명을 제외한 대부분의 러시아군이 늦어도 22일까지 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크렘린 공보실이 20일 밝혔다.

휴전협정 서명에도 불구하고 늑장 철군이란 비난을 받았던 러시아가 처음으로 철군 시한을 못박은 만큼 이후 철군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그루지야는 전날 일부 병력과 장갑차가 고리시를 빠져 나가는 것이 목격되긴 했지만 아직도 러시아군이 흑해연안 포티항을 포함해 그루지야 영토의 3분의 1을 장악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러시아군이 참호를 파는 모습도 목격되면서 이들이 더 오래 잔류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고 모스크바 타임스 등이 전했다.

그루지야 한 관리는 "어제 일부 병력이 떠난 것은 러시아가 철군을 하고 있다는 것을 거짓으로 보이기 위한 `쇼'였다"고 주장했다.

야프 데 후프 스헤페르 나토 사무총장은 전날 브뤼셀에서 열린 긴급 나토외무장관 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무력 분쟁 이전 상태로 러시아 군이 물러서지 않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나토와 러시아가 '통상적 비즈니스'를 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와 관련,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총리실 대변인은 "고리시의 통제권을 넘겨받을 경찰과 관리들이 없기 때문에 러시아군 병력 일부가 고리시에 남아 있었던 것이며, 포티항에 남아있는 병력은 평화유지군"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러시아군이 예정된 철군 시한을 넘길 경우 그루지야와 국제사회의 지탄 속에 긴장 국면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러시아군 고위 관계자는 "제일 깊숙이 침투했던 선봉부대까지 철수를 마치려면 시간이 걸린다"면서 "매일 그루지야 비정규군을 무장해제시키고 있는데 이들의 저항을 가만둘 수는 없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도 철군 조건으로 그루지야군의 원 주둔지 복귀와 평화유지군이 다시 공격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필요하다고 말해 여의치 않을 경우 철군이 지연될 수 있음을 내비쳤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hy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