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약속 충실히 지켜야"

러시아가 그루지야 내 자치 영토인 남오세티야의 독립 문제로 촉발된 그루지야와의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협정안에 최종 서명했다.

이에 따라 평화협정안 서명을 계기로 평화안의 충실한 이행을 촉구하고 그루지야 영토 내 항구적 안정 확보를 위한 국제사회의 러시아에 대한 압박과 중재 노력이 동시에 이뤄질 전망이다.

◇양국 평화안 최종 서명..이행 여부 관건 =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전날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이 서명한 평화협정안에 서명했다고 러시아 대통령 공보실이 16일 밝혔다.

프랑스가 중재한 이 평화협정안은 양국 군대가 지난 8일 전쟁 발발 이전 위치로 철수하는 것 등을 주내용으로 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이날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서명과 거의 동시에 그루지야 수도 트빌리시 인근 고리시 등에서 철수했다.

현재 러시아군은 일부 정찰 부대만 남아 그루지야군이 버리고 간 무기 회수 및 해당 지역 당국자들과 통제권 이양 협상 등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AFP와 로이터 통신은 러시아 장갑차와 200명 가량의 병력이 전날 고리시에서 25km 가량 진군, 트빌리시로부터 40여km 가량 떨어진 이괴티 마을 근처에 이르렀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날 러시아군의 철수 일정과 관련, "필요한 만큼 시간이 소요될 것이며 그것은 러시아군이 추가적인 안전조치를 이행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의 철군 이행이 다소 늦어지면서 일부에서는 러시아가 그루지야를 항구적으로 점령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러시아에 대한 압박과 중재 노력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미국의 요청에 따라 오는 19일 브뤼셀에서 긴급 외무장관 회의를 열어 러시아와의 유대관계를 재고할 지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다.

커트 볼커 NATO 주재 미국 대사는 독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러-NATO 간 관계에 대해 우리끼리 논의할 계획"이라며 "2002년 서립된 NATO-러시아 위원회(NRC)를 해체하진 않더라도 관계는 동결될 수 있다"고 밝혔다.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 역시 러시아가 NATO 가입 희망국인 그루지야를 간섭하는 것은 NRC를 비롯한 NATO와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런가 하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가 평화안에 서명한 것은 `다행스런 조치'라며 환영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그루지야에 대한 러시아군의 행동을 `공습'이라고 규정하면서 "전 세계 자유국가들에 이런 행동은 완전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또 그는 "그루지야의 주권과 영토는 존중돼야 한다"면서 "러시아는 모든 그루지야 영토에서 침략군을 철수시키기로 약속한 것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휴가 일정을 반납하고 미국, 러시아, 그루지야 주 유엔대사와 비공식 대화를 갖고 휴전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15일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회동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17일 그루지야 방문 미하일 사카슈빌리 그루지야 대통령과 만나 이번 사태의 원만한 해결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대표단이 최근 발생한 그루지야와 러시아 간 교전사태 피해상황을 파악하고 구호 활동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기 위해 그루지야와 러시아를 각각 방문할 예정이다.

앞서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은 이번 그루지야 사태로 11만 8천 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지만 치안 부재로 구호활동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hy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