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는 접전 또 1점차로 銀
中·우크라 등 실력 급성장…개인전 金모두 놓쳐
폭넓은 신인발굴…바뀌는 경기방식 적응 시급


한국 양궁이 1984년 로스앤젤레스대회 이래 처음으로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을 모두 놓쳤다. 베이징올림픽에 걸린 금메달 4개 중 2개를 가져왔기 때문에 한국 양궁이 세계 최강이란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여자 연패(連覇) 행진이 '6'에서 멈췄고 4개 싹쓸이를 기대했던 금메달 수는 2개에 그쳤다. 양궁에서 금메달을 2개만 딴 것은 1996년 애틀랜타대회 이래 12년 만의 일이다.

여자 개인전에서 2회 연속 2관왕 2연패를 노리던 박성현(25·전북도청)이 은메달,윤옥희(23·예천군청)가 동메달을 땄지만 시상식장에서 애국가를 듣지 못하는 것은 아무래도 어색했다. 남자 대표팀 맏형 박경모(33·인천 계양구청)도 15일 베이징올림픽 그린 양궁장에서 열린 남자 개인 결승전에서 빅토르 루반(우크라이나)에게 112-113(120점 만점)으로 져 은메달에 그쳤다. 임동현과 이창환(26·두산중공업)은 16강에서 탈락했다.

한국 양궁의 독주에 제동이 걸릴 조짐이 나타난 것은 자만이나 방심의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 내부 문제보다는 외부의 환경 변화가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아테네대회 때보다 더 줄어든 화살 발 수가 단체전보다는 개인전에서 치명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고,중국 등 경쟁국들이 한국의 독주를 막기 위해 치밀한 준비를 해왔다는 것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한국 출신 감독들이 대거 외국에 진출,한국식 훈련법을 통해 외국 선수들의 실력을 키운 것도 불안 요인이다. 이번 대회에선 선수들이 활시위를 당길 때마다 이어진 중국 관중의 소음도 발목을 잡았다.

내부적으로도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여자 개인전 결과는 걸출한 신예 부족을 절감케 했다. 결승이 따로 없었던 1984년 LA대회와 김경욱 혼자 결승에 오른 1996년 애틀랜타대회를 제외한 네 번의 올림픽은 태극낭자끼리 결승을 치렀다. 결과적으로는 늘 올림픽에 처음 나온 선수가 금메달을 가져갔다. 하지만 이번엔 윤옥희와 주현정(26·현대모비스)이 결승 진출에 실패한 상태에서 박성현에게만 의존하다 1점차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박성현을 능가할 샛별을 발굴하는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는지 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 기대를 모았던 남자 개인전에선 세계랭킹 1위 임동현이 16강에서 조기 탈락한 점도 아쉬움을 남겼다.

단체전 수성 목표를 달성했다는 것은 위안거리다. 여자 단체전에선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6연패,남자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이래 3연패 행진을 벌이며 기량차를 확인시켰다.

전문가들은 대회 결과를 두고 "이전과 달라진 건 여자 개인전 12발 승부에서 1점차로 졌다는 것뿐"이라고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애틀랜타 2관왕 김경욱 SBS 해설위원은 "외국 선수들의 기량이 향상된 상황에서 언제까지 한국만 금메달을 따라는 법은 없다"며 "이번에 금메달 행진을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을 덜었으니 신인 발굴,국제대회 참가 등 대책 마련을 서두른다면 런던에서는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