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과 싸울 수 있는 최대 무기는 경기침체뿐이다."

9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매사추세츠주 윈체스터 소재 전략에너지.경제연구소의 마이클 린치 회장은 "원자재는 인플레이션을 헤지(위험회피)할 수 있는 투자수단으로 나쁜 경제뉴스가 나오면 투자자들이 원자재를 다시 쳐다보게 된다"며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 고조가 인플레이션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최대의 무기"라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제가 둔화되고 소비가 위축되는 신호들이 곳곳에서 나타나면서 원유와 금 은 옥수수 등 상품 가격이 최근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8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8월물은 5.33달러(3.8%) 떨어진 배럴당 136.0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3월31일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다.

이로써 국제유가는 지난 3일 배럴당 145.29달러로 사상 최고치(종가기준)를 기록한 후 이번주 들어 이틀간 9달러 이상 급락했다.

유가는 9일 이란의 미사일 시험 발사와 달러화 약세 등의 영향으로 상승세로 돌아서 전날 대비 배럴당 1달러 이상 오른 137.16달러에 거래됐다.

이날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12월 인도분 옥수수 선물 가격도 24.5센트(3.3%) 하락한 부셸당 7.225달러로 마감,이틀 연속 크게 내렸다.

국제 금값도 온스당 921.9달러로 지난 3월18일 최고치(1003.2달러)보다 8% 이상 떨어졌다.

잇따라 부정적인 경기지표가 발표되면서 수요가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원자재값을 끌어내렸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5월 기존주택 판매는 예상보다 큰 폭인 4.7% 감소해 주택시장이 여전히 침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또 영국의 2분기 서비스업 판매지수는 지난 분기 17에서 -2로,제조업지수도 12에서 -3으로 악화됐다.

각각 1992년과 2001년 이후 최저치다.

영국상공회의소는 "경제가 침체에 빠질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아직은 고유가 추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전설적인 원유 투자자 티 분 피켄스 BP 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BC방송에 출연해 "현재 원유시장은 투기나 달러 약세가 아니라 수급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