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러시아 정상이 미국의 동유럽 미사일방어(MD) 계획에 대한 이견을 끝내 좁히지 못했다고 러시아 리아 노보스티 통신 등이 7일 보도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에서 개막된 G8(서방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회의 첫날 양자 회담을 갖고 MD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지만 기존 입장차만 재확인 했다.

회담이 끝난 뒤 세르게이 프리호드코 러시아 대통령 보좌관은 "MD 논의에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면서 "하지만 실무 차원에서의 접촉은 계속된다"고 밝혔다.

프리호드코 보좌관에 따르면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최근 미국이 폴란드와의 MD협상이 실패할 경우 그 대안으로 리투아니아를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으며 절대 그런 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부시 대통령에게 전달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란과 북한 문제 등 진전을 본 주제도 있었지만 MD 등 의견을 달리한 사안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앞으로 합의를 위한 가능성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 역시 "몇가지 이견이 있었지만 이번 만남을 통해 양국이 공통 이익을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분야도 알게 됐다"면서 "나는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현안들을 잘 이해하고 있는 `영리한 사람'임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고든 존드로 미 백악관 대변인은 "유럽 어느 곳이든 MD는 러시아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면서 "미국이 폴란드 아닌 다른 지역에 MD 기지를 건설할 것이라는 설은 `너무 앞서가는 것'"이라면서 미국과 리투아니아와의 MD 협상설을 부인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이란 문제는 양국이 밀접히 협력하고 있는 사안으로 앞으로도 이란의 우라늄 농축 의지를 꺾기 위해 계속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부시 대통령은 "6개월 뒤 떠나지만 골인 점을 향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그 기간 우리는 많은 중요 이슈들을 함께 풀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부시 대통령은 러시아의 법 집행 투명성과 민주주의, 그루지야 사태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는가 하면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국 관리들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이 이번 주 체코를 방문, MD 협정에 서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지난해 1월 이란 등 소위 `불량국가'를 견제한다는 명목으로 폴란드에 미사일 요격 기지를 설치하고 체코에는 레이더 기지를 설치하는 방안을 공식 제의했다.

체코는 지난 4월 미국과 레이더 기지 건설에 합의, 의회 비준을 남겨둔 상태이며 폴란드는 협상 대가로 미국에 공중 방어를 위한 군사적 지원을 요구하면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

관측통들은 이번 두 정상 간 만남에서 MD 문제 해결을 위한 돌파구가 마련되지 못한 상황에서 이들 국가와 MD 협정이 이뤄지면 미-러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런가 하면 워싱턴 포스트는 지난 3일 "부시 대통령이 너무 조급하게 또 비싼 대가를 치러가면서 MD 문제를 매듭지으려 하고 있다"며 "MD는 다음 정부에서 다뤄도 된다"고 전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hy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