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고 사자 우리로 잘못 들어온 독수리 한 마리가 암사자 세 마리의 협공에 걸려 비명횡사하는 사건이 지난 주말 밴쿠버 동물원에서 발생했다.

현지 일간 밴쿠버선은 30일 동물원의 '야생 조류 쇼'에 등장하는 조련된 독수리가 사자 울타리 내 3m 높이 통나무 위에 앉았다가 변을 당하는 장면이 바로 관람객들 눈 앞에서 벌어졌다며 당시 현장 상황을 생생히 묘사했다.

1년 전 온타리오에서 동물원으로 온 이 4살짜리 검둥수리 독수리에 대한 공격은 영역을 침범당한 까마귀들로부터 시작됐다.

까마귀들이 자신들보다 몇 배나 큰 거대한 독수리에게 떼를 지어 달려 들자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관람객들은 그 때까지만 해도 뜻 밖의 구경거리를 본다며 즐거워 했지만, 우리 속 사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분위기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조련된 독수리는 창공의 강자답게 연달아 날아오른 두 마리 사자의 공격은 잘 피했지만, 3번째 암사자가 웅크린 채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것은 미처 감지하지 못했다.

결국 독수리는 스스로 사자 입을 향해 몸을 던진 꼴이 됐고, 조련사들이 손 쓸 틈도 없이 사자의 강력한 턱뼈 밑에서 숨이 끊겼다.

선지와 글로브앤메일 등 주요 신문들은 사자가 독수리를 입에 문 채 관람객들 앞에서 자신이 야생의 최강자임을 과시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게재했다.

한편 동물보호단체들은 동물원에서 이같은 사태가 발생한 것은 동물 보호 책임을 등한시 한 동물원 책임이라며 동물원 폐쇄를 촉구하기도 했다.

최근 이 동물원에선 침입자가 거미 원숭이 수컷을 죽이고 암컷을 납치해 가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밴쿠버연합뉴스) 신상인 통신원 sanginsh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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