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낙하산" 등에 비난 갈수록 고조

"물론 모든 사람은 자리에 어울리는 급여를 받을 권리가 있다.

그런데 6천700만 유로(약 1천89억원)라고?"
고급 스포츠카 메이커 포르쉐의 벤데린 비데킹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해 유럽 최고의 연봉을 받은 데 대한 독일의 한 경쟁 자동차 제조사 대표의 반응이다.

그는 "이건 역겹고 사회적 평등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면서 정상 근로자와 비교해 상상이상 받는 것을 어떻게 정당화할 수 있을 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유럽 대기업 CEO들의 과다 급여에 대한 비판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최근들어 정치인들도 이에 적극적으로 발언하는 등 사회적 비난 강도가 한층 높아가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잇따라 보도하고 있다.

프랑스 경제잡지 렉스팡시옹의 최근 조사를 보면 프랑스 증시 CAC40 지수 소속 주요 기업 CEO들이 월급과 주식옵션, 배당 등으로 받아간 급여는 2007년 총 1억6천100만 유로로 전년보다 무려 58%나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호르스트 쾰러 독일 대통령은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해 얘기하는 가운데 일부 경영자들의 "괴상할 정도로 과도한" 급여를 받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이를 정상으로 돌려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유로그룹)의 의장이기도 한 장 클로드 정커 룩셈부르크 총리는 경영자의 지나친 급여를 "천벌", "사회악"이라고 극언을 서슴지 않으면서 유럽연합(EU) 장관들이 CEO 퇴직시 엄청나게 챙겨 나가는 "황금작별"에 고율의 세금 부과를 검토할 것이라고 시사했다.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도 최고경영진의 지나친 급여에 강경한 입장으로 유명한데 고용을 창출하는 등 제몫을 하는 경영진이 많은 급여를 받는 걸 누군들 탓하겠느냐며 그러나 실패한 경영자, 일자리를 파괴한 자들이 같은 보상을 받는다면 그건 "사기꾼 경영자"라고 혹평하면서 자본주의의 도리를 "재교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유통업체 카르푸의 다니엘 바레나르 CEO가 2004년 퇴임시 2천900만 유로(470억원)을 챙긴 것을 비난한 바 있는데 이와 관련 고위 경영자들이 퇴직할 때 재임시의 실적에 연동해 거액의 보너스 지급을 보장하는 이른 바 "황금낙하산" 투명성을 강화하는 법을 지난 해 통과시켜 시행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도 지난 달 말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성과가 좋지 못한 기업들에서 CEO 보상이 지나치게 증가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형평의 원리"를 강조하면서 경영진의 급여보상이 실적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을 경우 추가적 규제 법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관리들은 EU내에 CEO 급여 규제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고 보면서 오는 7월 EU 의장국을 맡게 되면 관련 규칙제정 등 조치를 추진중이라고 전했다.

이밖에 독일 연정에 참여하고 있는 사회민주당은 노조대표도 함께해 CEO 급여를 감시할 수 있도록 감독위원회를 의무화하는 한편 경영자에게 과도하게 지급된 임금에 대해 세금환급을 받지 못하도록 하는 법적 장치를 추진중이다.

네덜란드는 부도덕 경영 행태 재발방지에 가장 적극적인데 부터 보스 재무장관은 연봉 50만 유로를 초과하는 경영자가 그 이상의 황금낙하산 수당을 받을 경우 회사가 그 30%에 해당하는 세금을 내도록 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기관 투자가나 소액주주 단체들도 경영진의 과도한 보수 억제에 나서고 있는 모습인데 네덜란드 필립스 주주들은 경영진이 경영 성과와 스톡옵션을 연계하는 규정을 없애려 하자 투표로 이를 무산시켰다.

소수의견이긴 하지만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은 황금낙하산과 같은 고액 급여 지급을 옹호하기도 한다.

어거스틴 랜디어 뉴욕대 재정학 교수는 "최근 글로벌화와 함께 기업의 규모가 급격히 커져 CEO가 기업가치를 0.001%만 증대시켜도 그런 엄청난 규모"라며 기업의 성장속도와 비교할 때 CEO 보수는 결코 지나치게 늘어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황금 낙하산 수당이 실패한 CEO의 퇴진을 촉진해 경영 오류를 신속히 수정할 수 있는 이점을 가진다"고 덧붙이기도 한다.

(서울=연합뉴스) bul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