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와 유아 시절 납에 많이 노출될수록 폭력성 범죄 행위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으며 판단력과 문제 해결능력을 좌우하는 뇌의 크기도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처음 발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28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등 미 언론들의 보도에 따르면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과대학에서 환경보건을 연구하는 킴 디트리치 교수팀이 지난 1979년부터 1984년까지 신시내티 지역의 임산부 376명을 대상으로 임신중 혈액내 납 함유치와 생후 7년간 어린이들의 납 수치를 측정해 성인이 됐을 때의 범죄행위를 비교 분석한 결과 이런 결론을 내렸다는 것.

이제까지 어린 시절 납에 노출되면 갖가지 행동장애를 일으킨다는 여러 조사결과가 발표됐지만 이번처럼 성인이 됐을 때까지 영향을 끼쳐 범죄행위와 직결된다는 연구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은 혈액 1 데시리터(㎗)당 4~37 마이크로그램(㎍)의 납에 노출된 250명의 범죄 기록을 분석했는데, 55%(남자는 63%)의 조사 대상자가 체포된 경험이 있었고, 18~24세에서 평균 5번 체포됐다.

현재 미국에서 1~5세 어린이 약 31만명이 연방 기준치인 ㎗당 10㎍ 이상의 납을 함유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기준치 이내일 경우에도 위험하다는 지적 아래 기준치를 5㎍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특히 어린 시절 어느 때라도 납에 많이 노출될 수록 체포된 사례는 더 높아졌다.

예를 들어 6세 그룹에서 ㎗당 5㎍씩 증가할 때마다 성인이 됐을 경우 폭력성 범죄 발생률은 50%씩 증가하는 등 평균적으로 30%의 증가율을 보였다.

또 남자의 경우 여자에 비해 체포 비율이 4.5배 많았다.

이와 함께 신시내티 의과대 아동병원의 킴 세실 분광학자가 이 그룹의 157명을 대상으로 MRI를 촬영한 결과 어린 시절 납 함유 수치가 가장 높았을 때 뇌 용적이 가장 적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이 조사에서는 평균적으로 납에 노출된 조사 대상자들의 뇌는 납에 노출되지 않은 일반인에 비해 1.2% 적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뉴욕 소재 마운트 사이나이 의과대학의 필립 랜드리건 아동보건환경소장은 "이 연구를 보면 오늘날 일반적인 미국 아동들의 평균 노출치인 아주 극소량만이 노출된 경우에도 범죄행동과 납 노출 간에 상관성이 있음이 발견됐다"고 평가했다.

'공중과학도서관-의학(PLoS-Medicine)' 최신호에 실린 이번 연구를 평가한 하버드의대의 데이비드 벨링거 교수는 "이처럼 많은 어린이들이 신경계에 치명적인 수치의 납에 여전히 노출돼 있다는 사실은 수치이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부 도심의 토양이 휘발유에서 나오는 납에 오염되고 있지만 80%의 납 노출은 1978년 이전에 지어진 집에서 유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가옥의 페인트는 50%까지 납을 함유하면서 새로운 무연 페인트를 덮어 쓰더라도 납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미국내 3천800만 가구 중 40%는 여전히 납 함유 페인트가 사용됐으며 최근에는 중국산 납 함유 장난감에 관심이 모아졌다.

학자들은 납에 노출될 경우 유아기 어린이의 뇌 세포를 손상시켜 IQ를 낮춘다고 지적하고 있으며, 납은 어린이의 부주의, 충동적 행동, 불안감을 증대시키고 주의력을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익상 특파원 is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