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23일 이틀간의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회담을 갖고 양국 간 교역 규모를 3년 내 800억달러로 늘리는 등 경제협력을 대폭 확대키로 합의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지난 7일 취임 후 옛 소련연방국가를 제외한 첫 방문국으로 중국을 택한 것은 '베어(러시아)-드래곤(중국) 라인'을 강화,서방의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임자인 블라디미르 푸틴 전 러시아 대통령(현 총리)이 2000년 취임 이후 첫 해외 순방지로 영국의 런던을 택했던 것과 대비된다는 지적이다.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후진타오 주석은 이번 회담에서 시베리아 원유의 중국 공급,가격 문제로 양국 간 마찰을 빚고 있는 가스 수출 확대, 우라늄 공급 확대 등에 대해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유 공급라인은 시베리아 유전에서 러시아의 해안도시인 타이세트와 중국의 다칭을 잇는 4200㎞의 길이 유력하다고 러시아 언론들은 전했다.

양국 정상은 △핵 협력 △군사기술 교류 △나노기술 △정보기술 △금융분야 협력과 함께 북핵 문제 등에 대해서도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러시아의 원자력발전 설비 수입,통신 전자제품의 구매확대 등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환경오염을 줄이고 유가 급등에도 대응하기 위해 대대적인 원전 확충에 나서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와 관련,러시아가 대중국 수출품목에서 원유와 가스 비중을 줄이고 전자ㆍ통신제품의 판매를 늘리려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특히 2014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흑해 휴양지인 소치의 올림픽 시설 건설과 2012년 APEC(아ㆍ태경제협력체) 정상회담이 열리는 블라디보스토크의 시설 확충에 중국 참여를 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방중에는 블라미르 예프투센코프 AFK시스테마 등 통신 전자 부동산 관련 대기업 회장들이 대거 동반했다.

양 정상은 이날 공동성명을 통해 미국의 미사일방어계획이 국제적인 무기감축 노력을 후퇴시킬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외교상으로도 동반자적인 관계를 공고히 하는 모습을 보였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번 방중기간중 원자바오 총리와 우방궈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자칭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과도 만날 계획이다.

또 베이징대에서 특별강연도 갖는다.

중국은 2006년을 러시아의 해로,러시아는 작년을 중국의 해로 지정하는 등 양국의 우호관계는 최근 몇 년간 급속히 발전해왔다.

특히 두 나라는 중앙아시아지역 국가들의 모임인 상하이협력기구를 주도,미국과 유럽을 견제하는 지역협력체로 발전시키고 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