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기로에 섰다.

쓰촨 대지진 참사는 표면적으론 중국을 하나로 단결시키는 구심점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빈부격차가 부각되고 인플레 압력이 높아지면서 중국 지도부의 최대 고민인 사회분열을 부추길 수 있는 도화선이 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을 정점으로 한 현 지도부는 이 같은 잠재적 불씨를 막는데 노심초사하고 있다.

중국에는 요즘 '충신자위안(重新家園ㆍ집을 다시 짓자)'이란 신곡이 뜨고 있다.

장위 등 유명가수 5명은 지진과 맞서 싸운 사람들을 위해 바친다며 지난 13일 이 노래를 만들었다.

"우리는 한가족,두려워 마세요,뜨거운 손을 내밀어요,사랑으로 재난을 녹여요"라며 단결을 강조하는 이 노래는 중국 국영 CCTV는 물론 인터넷 매체에도 울려 퍼지고 있다.

중국은 물론 해외의 화교들까지 성금이 답지하고 헌혈을 위해 줄을 길게 서 있는 장면은 CCTV를 통해 이 노래와 함께 오버랩되며 중국의 단결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지진피해 지역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는 원자바오 총리의 모습은 중국 언론의 헤드라인을 연일 장식 중이다.

중국 지도부는 이와 동시에 언론 검열을 강화하는 등 바짝 긴장된 모습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인터넷에선 낙후 지역에 집중된 날림 학교공사가 화를 키웠다는 비난도 나온다.

폭설이 내린 1월25일,티베트 사태가 발생한 3월14일,지진참사가 일어난 5월12일 모두 각 숫자를 더하면 8이 나온다며 올림픽 개막시점인 8월8일 오후 8시와 연계시키는 유언비어도 돌고 있다.

리창춘 정치국 상무위원이 지난 13일 4000여곳의 방송과 신문매체에 단합과 사회안정에 기여하는 보도를 할 것을 긴급 지시한 것도 이 같은 비판적 시각이 자칫 분열을 조장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진앙지 원촨현에 구조대와 함께 방송기자를 투입시킬 만큼 속보를 내보내고 있는 것도 유언비어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파이낸셜타임스는 "마오쩌둥 시대를 연상케 한다"며 "중국은 아직도 권력이 총과 펜에서 나온다고 믿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이날 지진 피해가 낙후지역에 집중된 데다 인플레 압력을 키울 것으로 우려되면서 중국 지도부가 단결이라는 과제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