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실베이니아주 민주예선 D-2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일찌감치 후보를 결정한 공화당과 달리 대권주자간 치열한 접전을 벌여온 민주당이 약 3개월 보름동안의 예선전에서 가장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민주당도 사실상 후보를 결정짓고 본선 준비에 나서느냐, 결판을 오는 8월말 전당대회까지 끌고 가느냐 여부가 22일(현지시간) 열리는 펜실베이니아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 결과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일단 펜실베이니아주에선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전체 경선에서 리드하고 있는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을 앞서가고 있다.

하지만 전체 대의원 확보 수에서 100여명 이상 뒤지고 있는 힐러리로선 오바마를 압도적으로 이기지 못하면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대통령이라는 대권도전의 꿈을 접어야 하는 절대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반면에 오바마는 이번 경선에서 힐러리에게 크게 패하지만 않으면 지루한 예선을 끝내고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와의 본선대결 준비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오바마와 힐러리는 펜실베이니아 예선을 이틀 앞둔 20일 휴일도 잊은 채 주(州)내 곳곳을 누비며 상대 후보에게 가시돛친 설전을 퍼부으며 릴레이 유세를 벌였다.

◇오바마 악재에도 지지도 상승..힐러리와 격차 좁혀 = 펜실베이니아주 예선에서 선출하는 대의원 수는 158명.
AP통신이 자체 집계한 결과 현재까지 오바마가 확보한 대의원 수는 1천645명, 힐러리가 확보한 대의원 수는 1천507명으로 오바마가 138명 앞선다.

CNN 집계에서도 오바마 1천644명, 힐러리 1천498명으로 오바마가 146명 많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되기 위해 확보해야할 대의원 수는 2천25명.
더욱이 민주당 대의원 선출방식은 승자가 대의원을 독차지하는 게 아니라 득표비율에 따라 대의원을 배분하기 때문에 힐러리로선 그야말로 압도적으로 오바마를 누르지 않으면 그만큼 회생이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열세인 대의원 수도 문제지만 완주다짐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서 힐러리 사퇴론이 강력히 대두돼 힐러리의 `정치적 숨통'을 조일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 예선이 열렸던 지난 3월11일 미시시피주 예선 때까지만 해도 힐러리는 펜실베이니아주에서 20% 포인트 가까이 오바마를 앞섰지만 최근 조사에선 오바마가 전국적 지지도 우위에 힘입어 상당 정도 격차를 따라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지난 10~14일 공동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바마와 힐러리의 지지도는 각각 41% 대 46%로 5%포인트 격차에 불과했다.

퀴니피액대 여론조사(15일) 결과에서도 힐러리가 오바마를 50%대 44%로 6%포인트 앞서는데 그쳤다.

`서베이 USA'의 여론조사(14일)에서는 힐러리가 펜실베이니아에서 오바마를 16%포인트 앞선 것으로 나타나 조사기관마다 약간의 차이는 드러나고 있지만 한 가지 뚜렷한 특징은 오바마 지지도 상승이다.

오바마 지지도는 담임목사인 제레미아 라이트 목사의 `갓댐 아메리카' 발언 파문과 오바마의 '노동자 계층 비하' 발언 등 잇단 악재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주목된다.

CNN은 최근 뉴스위크, 갤럽 등 4개 기관의 민주당원 대상 전국 지지도 조사를 종합.분석한 결과 오바마가 과반을 넘는 51%로 40% 지지에 그친 힐러리를 11%포인트 앞섰다고 전했다.

◇오바마-힐러리, 선거전 격화 = 이처럼 펜실베이니아주 예선이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결정의 분수령이 되자 오바마와 힐러리간의 선거운동이 걷잡을 수 없게 격화되고 있다.

선거운동의 실탄인 선거자금 모금에서 앞서고 있는 오바마 진영은 지난 3월 이후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매주 300만달러 이상의 광고비를 투입, 물량공세로 퍼붇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사용하는 오바마의 선거비용이 힐러리의 3배에 달한다는 것.
또 오바마 진영은 이번 주말부터 지금까지 방영한 선거광고 가운데 가장 네거티브한 내용을 담은 TV광고 2편도 방영하기 시작했다.

오바마는 힐러리의 건강보험정책과 거짓으로 드러난 힐러리의 보스니아 방문시 저격위험 주장 등을 집중적인 비판하고 있다.

오바마 진영은 TV광고에서 힐러리의 건강보험정책에 대해 "힐러리는 공격만하고 있지, 그녀의 계획에 대해선 말하지 않고 있다"면서 "힐러리는 지불능력이 없는 데도 모든 사람들을 강제로 보험에 들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오바마 진영은 힐러리의 이 같은 정책을 일시적인 경작을 위해서 나무를 벌채해 버리는 `화전민 정치(slash and burn politics)'라고 비판했다.

벼랑 끝으로 밀린 힐러리 진영도 맞받아치고 있다.

힐러리 진영은 오바마를 `시끄럽고 법석만 떨 뿐 실체가 없는 연설가(whoop-de-do orator short on substance)'라고 비판하며 오바마가 부시 대통령과 체니 부통령의 에너지계획에 찬성표를 던진 점 등을 집중 공격했다.

힐러리는 유세에서 "나는 유세장에 나타나서 시끄럽고 법석만 떠는 연설을 하기를 바라지 않는다"면서 "우리의 미래는 정말로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힐러리 진영은 오바마의 담임목사였던 제레미아 라이트 목사의 `갓댐 아메리카 발언'을 유권자들에게 상기시키기 위해 부심하고 있고, 노동자 계층을 비하한 발언으로 오바마의 `엘리트주의'가 드러났다며 맹공을 퍼붇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