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 절대반대 입장 재확인..이라크戰, 사형제도엔 이견
美 주요 방송, 환영행사 생중계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16일 백악관 회담을 통해 테러는 어떤 목적이나 종교적 이유로 용납할 수 없는 공격수단이며 이에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교황과 부시 대통령은 회담 직후 성명서를 통해 "교황과 대통령은 무고한 사람들을 향한 비도덕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종교나 테러를 이용하는 것을 전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교황과 부시 대통령은 또 낙태와 동성애자 결혼, 배아줄기세포 연구 반대 등에 대해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하지만 이라크 전쟁, 사형제도, 미국의 쿠바에 대한 수출금지조치에 대해서 다른 입장을 표명했다.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이와 관련, "회담의 초점은 이라크 전쟁 자체보다 무슬림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국가에 사는 소수 기독교인들에 대한 우려에 맞춰졌다"고 전했다.

교황은 또 즉위 후 처음으로 자신의 81세 생일날 미국을 방문해 부시 대통령과 45분간 단독 회담하는 과정에서 인권과 종교자유, 아프리카에서 빈곤과 질병과 싸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레바논 등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제 성추문 문제는 이번 회담의 의제로 거론되지 않았다.

앞서 교황은 이날 백악관 남쪽 뜰에서 1만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환영식에서 "미국민의 손님으로서 이곳에 오게 돼 기쁘다.

나는 친구이고 복음의 전도사이자, 미국이란 거대한 다원주의 사회를 깊이 존경하는 사람으로서 왔다"고 인사했다.

부시 대통령은 환영사에서 "교황께서는 미국이 공공의 광장에서 신앙의 역할을 반기는 나라임을 발견하실 것"이라며 미국을 위해 기도해줄 것을 교황에게 요청했다.

교황이 백악관을 방문한 것은 지미 카터 대통령 당시인 1976년 10월 이후 사상 두 번째이다.

교황과 미국 현직 대통령의 만남은 89년 전인 1919년 우드로 윌슨의 로마 방문으로 처음으로 이뤄졌고 그동안 25번에 걸쳐 교황 5명과 11명의 대통령이 만남을 가졌다.

부시 대통령은 전날 오후 부인 로라 부시 여사와 함께 공항에 나가 교황을 직접 영접한 데 이어 이날도 임기 중 가장 많은 군중이 운집한 가운데 로라 여사와 함께 백악관 환영행사를 개최하는 등 극진한 예우를 갖췄다.

가톨릭신자와 성직자, 일반 시민 등이 참석한 환영식에서는 미국과 바티칸 국가가 연주되고 21발의 예포가 발사됐으며 유명 소프라노 가수 캐슬린 배틀이 '주님의 기도'를 노래했다.

기념식 참석자들도 생일을 맞은 교황을 위해 '생일 축하' 노래를 즉석에서 부르는 등 열렬히 환호했다.

CNN, NBC, ABC, 폭스 뉴스 등 미 주요 방송들은 백악관에서 거행된 교황 환영 행사를 일제히 생중계했다.

교황은 백악관 방문을 마친 뒤 전용 자동차에 올라 워싱턴 중심가인 펜실베이니아 거리에서 퍼레이드를 펼치며 시민들에게 인사를 건네면서 축복을 기원했다.

이날 저녁에는 교황의 81세 생일을 축하하는 백악관 만찬이 열리지만 교황은 여기에 참석하지 않은 채 미 국립대성당에서 미국 내 주교들과 기도회를 갖는다.

전날 알리탈리아항공 특별기편으로 워싱턴에 도착한 교황은 기내에서 2002년 이후 터져나오기 시작한 미국 내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문제를 "매우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하고 이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리스도 우리의 희망'이라는 주제로 미국 방문에 나선 교황은 이번 미국 방문을 위대한 국민과 위대한 교회를 만나는 순례라고 표현했다.

교황은 17일 워싱턴 시내 내셔널 파크 야구장에서 4만6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는 군중 미사를 집전하며 오후에는 미국 내 타종교 지도자들과 종교간 대화를 개최한다.

이어 18일 뉴욕으로 이동해 유엔본부에서 연설하며 20일엔 9.11테러의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를 방문하고 양키스타디움에서 대미사를 집전하는 것으로 5박6일간의 방미 일정을 마감한다.

한편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 주요 신문들도 전날 교황의 워싱턴 방문을 시작으로 한 방미 일정을 1면 머리기사로 보도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워싱턴연합뉴스) 이기창 김재홍 특파원 lkc@yna.co.krjaehong@yna.co.kr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